필리핀에서 영향력 확대 중인 한국 패션
필리핀은 2022년에 22억 4,389만 달러(약 3조 976억 원)에 상당하는 의류를 수입했는데, 그 가운데 한국은 약 1억 3,363만 달러(약 1,844억 원)로 중국(48.03%), 베트남(8.19%), 그리고 일본(7.27%)에 이어 점유율 4위(5.81%)를 기록했다. 한국은 점유율에 있어 중국과 일본에 뒤졌지만 패션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다. 이와 관련해 2024년 필리핀 여성 라이프스타일 전문 매체 《Woman Philippine(우먼 필리핀)》은 레이어드(Layered Look), 오버사이즈 상의(Oversize Top), 와이드 팬츠(Wide-Leg Pants), 상하의 세트(Co-ord Sets) 등 필리핀 여성들이 즐겨 입는 한국 패션을 소개했다. 《Zalora Philippine(잘로라 필리핀)》 역시 '한국 패션 침공(The Korean Fashion Invasion)'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필리핀 내 한국 패션 인기를 방증하고 있다.
한국 패션이 필리핀에서 인기를 끌고 이유에는 한국 드라마를 포함한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와 필리핀 인플루언서의 영향이 크다. 미국 투자 전문 매체 인사이더 몽키(Insider Monkey)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필리핀은 한국 드라마 시청자가 가장 많은 국가다. 또한 「필리핀 밀레니얼 세대와 한국 드라마 열풍(The Filipino Millennial and the Korean Drama Fad)」라는 논문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접한 필리핀 젊은 세대가 한국 패션을 선호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드라마에서 한국 연예인들이 선보이는 패션 또한 필리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 결과 필리핀 의류 기업도 한국식 패션을 표방하거나 한국 연예인과 계약을 통해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좌)필리핀 던킨 홍보 모델 차은우, (우)벤치(BENCH) 홍보 모델로 활동 중인 라이즈 - 출처: 통신원 촬영 >
벤치(BENCH), 펜숍(PENSHOPPE) 등 의류 브랜드가 자사 홍보 모델로 한류스타를 선택하고 있다. 김수현, 변우석, 엔하이픈 그리고 스트레이 키즈 등이 벤치 모델로 활약했으며 현재는 라이즈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차은우 역시 펜숍 모델을 맡아 필리핀에서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한국 연예인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 역시 필리핀에 진출하고 있다. 에프엔에프(F&F)가 내놓은 MLB는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을 선보여 편안하고 활동적인 옷을 원하는 현지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MLB는 2023년 8월 SM 몰 오브 아시아(SM Mall of Asia)에 첫 매장을, 그리고 2024년 8월에는 다섯 번째 매장 문을 열었다. 또한 스파오(SPAO)와 휠라(FILA) 역시 필리핀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많은 필리핀 인플루언서가 한국 패션을 소개하면서 한국 패션 인지도는 날로 상승 중이다. 리뷰 플랫폼 언박스(Unbox)와 종합 홍보대행사 리플8(Ripple8)이 2024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12세~42세 필리핀 소비자 1,110명 중 90%는 제품 구매에 있어 인플루언서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 실제로 틱톡,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패션 스타일을 공유하는 필리핀 인플루언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팔로워 37만 명 이상을 보유한 패션 인플루언서 조이 리(Joey Lee)는 로제의 패션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의상을 교복처럼 꾸민 한국식 스쿨룩(School Look)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했다. 필리핀 누리꾼이 조이 리에게 의류 구매 정보를 문의하는 등 인플루언서가 소개하는 한국 패션은 필리핀 소비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좌)한국 드라마 '여신강림'의 한 장면 연출, (우)로제의 뮤직비디오 의상을 착용한 조이 리 - 출처: 조이 리 인스타그램 계정(@joeychocz) >
필리핀 2030 여성을 중심으로 한국 의류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실제 벤치 매장에서 만난 크리스틴 곤자가 씨(Christene Gonzaga)는 "제가 좋아하는 라이즈가 모델을 맡으면서 벤치가 더욱 좋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인 마리아 페르난데즈(Maria Fernandez) 역시 한국 대중문화가 필리핀 의류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페르난데즈 씨는 "한국 패션 스타일은 필리핀 기업들에도 큰 영감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대중문화가 필리핀 젊은 세대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들을 중심으로 한국 브랜드 선호도도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필리핀 기업들은 한국 스타일을 반영한 제품을 출시하는 등 소비자들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다양한 한국 의류 업체 역시 향후 필리핀에 더욱 많이 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COSMOPOLITAN PHILIPPINES》 (2021. 7. 1). Yuljems, The 'Hospital Playlist' x SPAO Collab Is *Finally* Here And We Are Screaming, https://www.cosmo.ph/entertainment/the-hospital-playlist-and-spao-collab-a4575-20210701?s=286i6j48el90h599ogee5gq054
-MIGUEL, S. J. M., & CHAVEZ, J. X. (2023). The Korean Wave: A Quantitative Study On K-Pop’s Aesthetic Presence in The Philippines Multimedia Industry, https://www.irejournals.com/formatedpaper/1704416.pdf
- 《Insider Monkey》 (2023. 8. 22). 15 Countries That Watch the Most K-Dramas, https://www.insidermonkey.com/blog/15-countries-that-watch-the-most-k-dramas-1183260/4/#google_vignette
- 《Woman PH》 (2024. 6. 27).Korean Fashion Styles That Filipinos Love To Rock, https://woman.ph/korean-fashion-trends-that-have-influenced-filipinos-wardrobe/
- 조이 리 인스타그램 계정(@joeychocz), https://www.instagram.com/joeychocz/
성명 : 조상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필리핀/앙헬레스 통신원]
약력 : 필리핀 중부루손 한인회 부회장/미디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