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한국 입양인들을 위한 한지 워크숍
찬 바람이 세게 부는 추운 날씨에도 사람들은 기대에 찬 환한 미소로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며 반가움을 전했다. 지난 11월 23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위치한 한-EU 연구협력센터(KERC)에서 벨기에 한국 입양인을 위한 한지 워크숍이 열렸다. 이번 한국문화 행사를 통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입양인들이 한국의 전통을 되새기며 자신의 뿌리를 찾는 뜻깊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 좌측부터 최란 한국어 교사, 전미선 부영사, 양윤희 한지 작가, 고소영 한국어 교사 - 출처: 미카엘 벨기에 한국입양인협회 관계자 제공 >
최근 벨기에에서는 한국 입양인을 대상으로 무료 한국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번 한지 워크숍 역시 한국 입양인을 대상으로 개최됐다. 주벨기에 유럽연합 대한민국 대사관의 전미선 부영사는 "벨기에에는 약 3,700명, 룩셈부르크에는 약 640명의 한국 입양인이 있다. 주벨기에 유럽연합 대한민국 대사관의 유정현 대사와 한국예탁결제원 KSD나눔재단의 이순호 이사장의 긴밀한 협의로 무료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 실시를 위한 양해각서가 체결됐으며, 벨기에에서는 벨기에 한국입양인협회(Korean Adoptees in Belgium, KAB)에서, 룩셈부르크에서는 세종학당이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다. 이번 한지 워크숍 역시 벨기에 한국 입양인들을 위한 것으로 한국문화를 배우며 한국에 대한 뿌리를 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라고 밝혔다.
9월에 시작된 한국어 수업에도 직접 참가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전미선 부영사는 "학생들이 즐겁게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고, 선생님들 역시 열정적으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높은 수준의 한국어 실력에 놀랐다. 학생들이 이미 한글을 읽을 수 있고 기본적인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국어 수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전미선 부영사는 "한국어와 한국문화 수업은 입양인들이 한국에서 부모나 가족을 찾았을 때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하고 한국문화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관심이 있고 한국문화를 배우며 본인의 뿌리를 알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오실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수업이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한지 워크숍이 열린 현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지 워크숍은 14시부터 18시까지 각 2시간씩 두 차례에 진행됐으며 한 수업당 약 20명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사람들은 한지를 직접 만들어 보고 한지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 넣었다. 한국의 전통 종이를 처음 본 사람들은 한지의 섬세한 질감을 손으로 느끼고 냄새를 맡아보기도 했다. 브뤼셀에서 한지 아틀리에를 운영하는 양윤희 한지 작가는 "브뤼셀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한지 수업을 해온 지 9년이 넘었고 이번에도 평소처럼 정성껏 준비하고 진행했다. 한지를 담아 갈 수 있도록 미리 수강생 명단을 받아 봉투에 이름을 적었는데 성은 외국 성이지만 이름이 한국 이름인 분들이 눈에 띄었다. 한국 이름을 여전히 사용하고 계신 모습이 반갑고도 인상 깊었다. 이번 수업을 통해 한지의 매력을 느끼고 한국에 대한 관심이 조금이라도 깊어졌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 같다. 준비한 시간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경험이나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보람이다."라며 수업 진행 소감을 전했다.
< 김밥과 한국 전통차로 다과 시간을 즐기는 참여자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참여자들은 수업 전후로 벨기에 한국입양인협회에서 준비한 김밥과 한국 전통차로 다과를 즐기며 대화를 나눴다. 참여자들은 "선생님의 매우 명확한 설명으로 한지의 역사와 쓰임새를 배울 수 있는 교육적인 시간이었다. 한국문화에 열정적인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한국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참여했는데 좋은 분위기에서 수업이 진행돼 매우 좋았다.", "처음 한지를 만들어 보는 특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고 김밥도 너무 맛있어서 정말 완벽한 시간이었다."라고 이번 한지 워크숍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번 문화 행사는 KSD나눔재단의 후원과 벨기에 한국입양인협회 그리고 한-EU 연구협력센터(KERC)의 도움으로 성사될 수 있었다. 전미선 부영사에 의하면 장소 문제로 어려움이 있었는데 한-EU 연구협력센터(KERC) 조우현 센터장의 흔쾌한 건물 사용 허락으로 성공적으로 한지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었다. 워크숍에 참여한 벨기에 한국인 입양인들과 현지인들도 이 같은 '한국인의 정'을 느꼈는지 한국인들의 환대에 너무나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행사는 단순히 한국문화에 대한 체험을 넘어 입양동포가 자신의 뿌리를 찾고 동일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과의 교감을 넓히는 중요한 순간을 제공했다. 한편 현지인들에게는 한국문화의 풍성함과 깊이를 알리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됐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미카엘 벨기에 한국입양인협회 관계자 제공
성명 : 고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벨기에/겐트 통신원]
약력 : 겐트대학원 African Languages and Cultures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