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서점에 진열된 한강, 신경숙, 이민진의 작품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발표 후 몇 주가 흘렀다. 과연 2024년 노벨 문학상을 계기로 미국의 대형서점에서 한국 문학이 마케팅이 효과를 보고 있는지 궁금해 한인타운 가까이에 위치한 그로브(Grove) 쇼핑몰 내 반스앤노블(Barnes & Noble) 서점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 반스앤노블(Barnes & Noble) 서점 실내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국의 교보문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제법 큰 서점이라 도대체 어떤 책이 어디에 전시돼 있는지를 알 수 없어 책을 정리하고 있는 직원에게 다가가 "한강 작가 책 있어요(Doyou have Han Kang’s books)?"라고 물었다. 너무나도 기쁘고 반가운 표정으로 자기를 따라오란다. 그는 입구 쪽 서점에 들어오는 손님들이 결코 놓칠 수 없는 위치에서 빨간색 강렬한 커버를 한 『채식주의자(Vegetarian)』를 들어 보였다.
<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 컬렉션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강의 작품이 진열돼 있는 테이블은 두 곳이었다. 하나는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The 100 Best Books of the 21st Century)' 컬렉션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최애 작품(The Favorite)' 매대였다. 해당 테이블 위에는 문학상 수상 작품, 쇼에서 많이 소개된 도서, 사랑받은 문학 작품이 포함돼 있었다.
<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영문판 - 출처: 통신원 촬영 >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에는 『채식주의자』 외에도 한강의 또 다른 작품 『소년이 온다(Human Acts)』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한국 작가의 책이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 그리고 애플 티비플러스(Apple TV+)의 드라마로도 제작된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PACHINKO)』가 함께 놓여 있었다. 통신원이 반스앤노블에 들린 날은 11월의 마지막 주로 이미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들어서고 캐럴이 울려 퍼지고 있는 시기였다. 사람들이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쇼핑을 미리 하기 위해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던 때였다. 책장을 뒤적이는 한 고객에게 『채식주의자』가 어떤 책인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물론"이라면서 "소설을 좋아하는 엄마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드릴까 생각 중이다."라고 답했다.
애플 티비플러스(Apple TV+)에 소개된 덕분에 더욱 유명해진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를 뒤적이는 이들도 많았다. 역시 미디어의 톡톡한 홍보 덕이다. 미국에서는 노벨 문학상을 탔다고 갑자기 책을 구입하는 이들이 하루아침에 엄청나게 몰려오는 장면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와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가 오랜 세월을 거치며 입소문으로 점점 더 독자층을 늘려나가는 것을 보면 노밸 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등의 작품들도 날이 갈수록 열혈 독자층이 늘어갈 것으로 전망해 볼 수 있다.
<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 - 출처: 통신원 촬영 >
미국의 일부 서점에는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섹션이 따로 마련돼 있다. 서구 사회에서 가장 유명한 아시아 작가 중 하나가 무라카미 하루키이고, 하루키의 작품이 서점의 책꽂이에서 발견되기 시작한 것도 제법 오랜 세월이 지났다.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미국에서 한강 작가의 작품 판매량은 크게 증가했다. 특히 대표작인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는 수상 발표 직후부터 미국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 문학에 대한 미국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강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주목받고 있다. 한강 작가의 작품이 노벨 문학상 수상의 특수를 넘어 충격적일 만큼의 독특함과 아름다운 문학적 미학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때 더 큰 독자층이 형성될 것이다. 그 파급효과로 미국 대형서점에 한강 작가의 이름 아래 여러 작품이 골고루 전시되는 영광을 누리게 될 날도 올 것이다.
소셜미디어에서 눈을 자극하는 영상을 너무나도 쉽게, 자주 접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아직도 종이에 인쇄된 좋은 책을 읽으려는 감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새삼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서점 문을 나섰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4시엔 스텔라입니다.' 진행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