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분석] 스웨덴 언론에 끊이지 않는 소설가 한강 관련 보도
지난 10월 10일 소설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발표된 이후 스웨덴 언론사들은 분주히 관련 기사들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스웨덴 공영 방송 SVT는 수상 다음날 "수상 소식을 알리는 연락을 처음 받고는 놀랐고, 전화를 끊고 나자 천천히 현실감과 감동이 느껴졌다."는 한강의 수상 소식을 전했다. 또 한강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이 한국 기자들을 만나 "딸 한강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고 즐거워 기자회견을 하겠느냐고,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더라."고 이야기하는 동영상이 공유됐다. 참고로 이 기자회견은 한승원의 집필실인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산 토굴' 앞 정자에서 진행됐는데, 정작 SVT의 해당 기사 속에서는 기자회견이 서울에서 진행된 것으로 잘못 보도되는 실수가 있었다. SVT는 노르웨이 공공예술 단체 '미래 도서관(Future library)'에 2019년 봉인돼 2114년에 출간될 한강의 미공개 소설 원고 『사랑하는 아들에게(Dear Son, My Beloved)』를 재조명하기도 했다.
< 인터뷰 중인 한강 - 출처: SVT >
SVT는 10월 13일 보도에서 한강의 작품에 대해 "그의 글은 폭력, 트라우마, 정체성과 같은 주제가 특징이다. 최신작 『작별하지 않는다』는 대한민국 제주에서 일어난 학살을 다룬 소설이다. 한강 역시 현재의 세계정세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소개하며 한강과의 단독 인터뷰를 공개했다. "끔찍한 역사적 사건을 직면함으로써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한강은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이야기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졌는데도 분명히 과거가 반복되는 것 같다. 적어도 언젠가는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살인을 멈춰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배운 아주 분명한 결론이다."라고 답했다.
또 해당 인터뷰의 영상도 일부 공개됐다. 영상 속 질문자는 "수상을 축하하고 싶지 않다고 들었는데, 왜인가?"라고 물었고 한강은 "캐머마일 차를 마시며 내 아들과 함께 축하했다. 축하하고 싶었다. 왜 그렇게(내가 축하하지 않고 싶었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질문자는 "한강의 아버지가 기자회견에서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 때문에 한강이 축하 잔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고 했고, 한강은 이에 "아, 아마 아버지가 한 말에 대해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그날 아침에 아버지와 통화했을 때 아버지가 동네에서 큰 잔치를 열겠다고 하시길래 "그런 큰 잔치는 열지 말아 달라. 세상에 많은 문제들이 존재하니 조용하게 있고 싶다. 그냥 좀 더 우리끼리 차분하게."라고 말씀드렸다. 그런 생각이었고 아버지께 잔치를 열지 말아 달라고 했다."고 답했다. 더불어 질문자가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할 예정인지 묻자 한강은 "그렇다. 참석하려 노력할 것이다. 시상식을 위한 수상 소감을 써야 한다고 들었다. 바라건대 (현재 집필 중인) 소설의 집필을 10월이나 11월 첫째 주까지 마치고 시상식에서 읽을 수상 소감을 작성할 예정이다."라고 계획을 밝혔다. 한강이 참석할 노벨상 시상식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12월 10일에 개최될 예정이다.
<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 출처: 'Sveriges Radio' >
언론사 《Omni(옴니)》는 10월 16일 "10월 17일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후 스웨덴에서 한강의 책에 대한 구매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출판사와 서점에서 구할 수 있었던 스웨덴어 번역본이 매진됐고, 스톡홀름의 도서관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대출하려 예약 대기 중"이라고 보도했다. 노벨상이 스웨덴에서 수여되는 대표 국제상인만큼 스웨덴인들은 세계 어느 곳보다, 또 어느 때보다 한강과 그의 작품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SVT》 (2024. 10. 11). Han Kang uttalar sig: ”väldigt överraskad”, https://www.svt.se/kultur/nobelpristagaren-han-kang-vill-inte-fira-for-mycket-krig-i-varlden
- 《SVT》 (2024. 10. 11). Här är Han Kangs hemliga bok – avslöjas år 2114, https://www.svt.se/kultur/han-kang-begravde-hemlig-bok-gravs-upp-ar-2114
- 《SVT》 (2024. 10. 13). Nobelpristagaren Han Kang i första intervjun efter litteraturpriset: Trodde det var en busringning, https://www.svt.se/kultur/nobelpristagaren-han-kang-i-forsta-intervjun-efter-litteraturpriset-trodde-det-var-en-busringning
- 《Omni》 (2024. 10. 16). Han Kangs böcker slutsålda – kölista på biblioteket, https://omni.se/han-kangs-bocker-slutsalda-ko-pa-biblioteket/a/o39zJW
- 《SverigesRadio》 (2024. 10. 17). Rusning till biblioteken – för att läsa Han Kang, https://sverigesradio.se/artikel/rusning-till-biblioteken-for-att-lasa-han-kang
- 《여성시대》 (2019. 5. 28). 소설가 한강, 노르웨이서 95년 뒤 공개할 소설 '사랑하는 아들에게' 전달, http://www.ewoman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775
- 《중앙일보》 (2024. 10. 11). 한승원 "딸, 전쟁으로 사람 죽는데 무슨 잔치냐고 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3756
성명 : 오수빈[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웨덴/스톡홀름 통신원]
약력 : 현) 프리랜서 연구원, 통번역사 전) 재스웨덴한국학교 교사, 스톡홀름대학교 국제비교교육학 석사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