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블루스>, 시드니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은 가족의 회복 이야기
코로나19 이후 현지인들은 자신을 돌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많은 이들이 절망이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은 정신 건강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시드니에서 활동 중인 이유 극단(EU Theatre and Production, 감독 강해연)은 우울증, 치매, 번아웃 등 다양한 정신 질환과 가족 간의 갈등을 다룬 창작극 <오 마이 블루스(Oh My Blues)>를 지난 10월 5일과 6일 시드니 서리힐의 톰 만 씨어터(Tom Mann Theatre)에서 선보였다. 위 창작극의 주제는 한인뿐만 아니라 현지인의 큰 공감을 얻으며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 창작극 '오 마이 블루스' 홍보 포스터 - 출처: 이유 극단 제공 >
이유 극단은 시드니 한인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극단으로 그동안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 특히 2010년 치매를 주제로 한 뮤지컬 <치매, No Thank You! No For Me>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더 워드(The Word) 뮤지컬단과 함께한 <추억을 찍다(2011)>, 연극 <서울 사이공 시드니 3S(2012)>, <아줌마 시대(2013)>, <구운몽 1(2015)>, <구운몽 2(2016)>, <누구세요 누구라구(2019)>, <서시(2022)> 등으로 K-뮤지컬과 K-연극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며 관객들과 희로애락을 나눠왔다. 이번 작품인 연극 <오 마이 블루스>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유 극단은 한국의 연극 문화를 대표하는 대학로의 문화를 시드니에 정착시키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의 에너지와 위로를 전하는데 기여해왔다.
<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춘자, 금레 그리고 순희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작품인 <오 마이 블루스>는 한 가족의 이야기로 치매, 우울증, 불면증, 번아웃을 앓고 있는 구성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이 관객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특히 스마트폰, 인터넷 등으로 인한 가족 구성원들 간의 소통 단절을 잘 그려냈다. 주인공인 금레(김랑 분)가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을 부정하기 위해 치매로 인식하며 민간요법으로 이를 이겨내려고 하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계속적인 외로움을 느끼게 된 금레는 주변 지인인 춘자(박근주 분), 순희(유소영 분)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드러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금레는 잃어버린 시계를 찾는 과정에서 가족과의 소통을 추구하고 작은 행복을 되찾는다.
< 은파와의 교제를 허락을 받으려고 하는 앤드류 - 출처: 통신원 촬영 >
미혼모로 딸 동미(김은혜 분)를 키우고 있는 금레의 딸 은파(윤기쁨 분)가 앤드류(송치준 분)를 만나는 상황도 그려진다. 은파와 앤드류는 비밀리에 만나는 관계로 서로의 관계를 가족들에게 알리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은파는 그런 상황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하게 된다. 금레가 이를 알게 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엮인다. 금레는 반대는 하지만 앤드류와 은파가 자신에게 다가와 이야기를 하면 그 관계를 인정해 줄 입장이었다.
<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는 금레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어 또 다른 흥미로운 장면이 펼쳐졌다. 이번에는 정신과 클리닉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스토리가 시작되기 전에 정신과 의사(김상욱 분)가 관객들에게 배포한 우울증 진단 질문지를 바탕으로 관객과 소통했다. 배우가 관객들에게 다가가 대화하는 장면이 연출됐고, 그 과정에서 금레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손녀 동미는 번아웃 상태에 있고, 딸 은파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내용도 밝혀진다. 은파는 동미의 친구 데이비드(이용우 분)와의 대화를 통해 이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된다. 대화가 단절됐던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의 오해를 풀고, 서로 도와가며 함께 그들의 아픔을 이겨 나가고자 하는 모습으로 연극은 마무리된다. 배우들의 커튼콜 후에는 연극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특별한 볼거리가 준비돼 있었다. 춘자가 관객석에서 자기 아들 선호와 극적으로 만나는 모습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 커튼콜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오 마이 블루스>가 무대에서 펼쳐지는 동안 관객들은 웃음과 눈물이 함께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관람객들은 "오랜만에 깊이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었다."고 전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호주 연극 전문 프로덕션(Rogue Projects)의 수석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로비 제임스는 "한국 창작극을 처음 접했으며 서양극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요소가 흥미롭다."고 밝혔다. 특히 "배우가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고 자신의 작품에도 이를 적용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유 극단의 작품을 꾸준히 감상해온 알렉스 러스펜디는 "<오 마이 블루스>는 매우 감동적인 연극"이라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이유 극단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응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지 비한인 관객들은 "한국어 대사에도 배우들의 표정 덕분에 몰입할 수 있었고 제공된 영어 자막이 이해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성공적으로 <오 마이 블루스> 공연을 마친 이유 극단의 후속작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사진출처
- 이유 극단(EU Theatre and Production) 제공
- 통신원 촬영
성명 : 김민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호주/시드니 통신원]
약력 : 현) Community Relations Commission NSW 리포터 호주 동아일보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