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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피터슨 교수, 우물 밖 개구리가 바라본 대한민국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09.05

"My goal is moving the needle in regard to Korean history. 

– 한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게 제 목표입니다."


나침반(혹은 계기판) 속의 지침(needle)을 움직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move the needle'이란 꾸준한 노력으로 가시적인 성과나 변화를 이루는 상황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관용어다.


브리검 영(Brigham Young) 대의 명예 교수 마크 피터슨(Mark Peterson) 박사는 본인이 하는 일을 moving the needle이라고 칭했다. 자칫,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은 일로 보일 수 있는 한국 역사관 바꾸기. 그는 나침반의 지침 방향을 바꾸기 위해 수년째 노력해왔다.


◆ 마크 피터슨 교수가 운영하는 [우물 밖의 개구리, The Frog Outside the Well, 정외지와 연구소] 유튜브 채널 ©정외지와 연구소 유튜브 채널

◆ 마크 피터슨 교수가 운영하는 [우물 밖의 개구리, The Frog Outside the Well, 정외지와 연구소] 유튜브 채널 ©정외지와 연구소 유튜브 채널


마크 피터슨 교수는 오랫동안 브리검 영 대학에서 한국학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는 '정외지와(井外之蛙, 우물 밖 개구리, The Frog Outside the Well)' 연구소를 세우고, 동명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며 왜곡된 한국사관을 바로잡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한국학의 대가인 피터슨 박사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지는 어느덧 50년이 넘었다. 미국 유타주 출신인 그는 1965년 선교사로 한국을 방문했다가 한국의 매력에 빠져 한국학 공부를 시작했고,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 지역 연구로 석사학위를, 동아시아 언어 및 문명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미국 아시아학회 소속 한국학 위원회와 국제 한국 언어 교육학회 등에서 회장과 임원을 역임했으며, 1987년에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규명하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비하한 마크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많은 한국인에게도 고마운 존재로 각인됐다.


◆ 마크 피터슨 교수가 말하는 '평화로운 한국을 받치는 12가지 역사적 기둥'. ©마크 피터슨

◆ 마크 피터슨 교수가 말하는 '평화로운 한국을 받치는 12가지 역사적 기둥'. ©마크 피터슨


지난 8월, 필자는 마크 피터슨 교수와 비대면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을 정의해달라는 필자의 질문에 그는, "한국은 다툼과 폭력보다는 평화를 중시하는 '선비'의 나라다. 선비 정신은 오늘날에도 이어져야 하는 정신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우물 밖 개구리'인 내가 보는 한국은 역사적으로 평화로운 나라다."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이 평화로운 나라임을 뒷받침하는 역사적 자료는 매우 많다면서, "신라왕조는 992년(기원전 57~935년), 고려왕조는 474년(918~1392년), 조선왕조는 518년(1392~1910년)간 이어졌다. 영국이나 그리스, 이집트, 중국을 봐도 오백 년, 천 년 넘게 이어지는 왕조가 없다. 신라가 가야를 합병할 때 살생 없이 통합한 것이나, 조선왕조가 오랜 기간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의 역사는 양보와 대화, 타협의 문화가 있었기에 안정적으로 지속돼 왔다. 이는 한국인 스스로가 자랑스러워해야 할 역사적 사실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역사적으로 한국 사회에는 융통성 있는 사고방식과 상생의 문화가 있었다. 유연한 사회는 외세에 의한 국가적 고비가 닥쳐도 무너지지 않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몽골의 고려 침략이나 임진왜란, 한국 전쟁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대대로 한국 사회에서 중시되던 '교육'은, 오늘날 한국을 국제적으로 강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가 됐다. 물론 한국 내에서는 나름의 비판이 있지만, 한국 밖, 즉 '우물 밖'에서 보는 한국의 교육은 진보적이며 선진적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했듯, 마크 피터슨 교수는 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국인에게, 또 세계인에게 한국사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을 가르치고 있다. 나아가 그는 '놀라운 가정사'를 공개하며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 마크 피터슨 교수의 딸, 로렐 피터슨 씨가 DNA 검사 홈페이지를 통해 두 명의 언니와 한 명의 오빠를 찾게 된 에피소드. ©정외지와 연구소 유튜브 채널

◆ 마크 피터슨 교수의 딸, 로렐 피터슨 씨가 DNA 검사 홈페이지를 통해 두 명의 언니와 한 명의 오빠를 찾게 된 에피소드. ©정외지와 연구소 유튜브 채널


피터슨 교수가 한국에서 입양한 자녀, 로렐 피터슨 씨는 2020년 DNA 검사 홈페이지를 통해 두 명의 '이부' 언니를 찾았다. 모계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는 이들은 공교롭게도 세 명 모두 미국으로 입양 간 케이스였다. 기적과도 같은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로부터 1년 뒤, 이들은 같은 어머니를 둔 또 다른 한 명, 이번에는 남자 형제를 찾게 됐다. 세 자매에서 1남 3녀의 막내가 된 로렐 씨는, "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우리 모두 편안하게 대화를 시작했다."라며 4남매가 만났던 순간을 회상했다.

로렐 씨의 형제 찾기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한 피터슨 교수는 "내게 로렐이라는 큰 선물을 준 로렐의 친어머니를 꼭 만나고 싶다."라고 밝혔다. 1978년부터 1990년까지, 4명의 자녀를 미국으로 입양 보낸 그 친모의 삶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려 온다는 그는 "생모를 만나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노곤한 그의 인생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 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 한인 입양아를 둔 아버지로서의 경험을 공유하는 마크 피터슨 교수. ©정외지와 연구소 유튜브 채널

◆ 한인 입양아를 둔 아버지로서의 경험을 공유하는 마크 피터슨 교수. ©정외지와 연구소 유튜브 채널


피터슨 교수는 올해 해외입양동포를 위한 강연장에서 "'진짜 아버지(real father)'란 아기 때 기저귀를 갈아주고, 아파서 토할 때 머리를 받쳐주며, 열이 날 때 밤새 머리를 짚어주고, 학교 첫날 등굣길을 함께 걷고, 응원팀에 들어가게 됐을 때 같이 기뻐해 주고, 응원팀에서 나오게 됐을 때 같이 울어주는 그런 사람이다. 내가 '진짜 아버지'가 아니라는 말을 하지 말아 달라."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마크 피터슨 교수는 학문적으로나 가정적으로 한국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는 필자와의 인터뷰 말미에, 한국인을 포함한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의 역사를 바라볼 때, 일제 식민사관이나 역사적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평화롭고 유구한 역사의 나라로 봐주길 바란다면서 진심을 전했다. 그의 이런 행보가 가져올 'Moving the needle! – 한국 역사관의 큰 변화'에 응원의 마음을 더해 본다.





이나라
 미국 이나라
 콜로라도통합한국학교 교사
 콜로라도주립대학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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