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를 여행하거나 해외에 거주하다 보면 가장 받기 쉬운 질문 중 하나는 국적을 물어보는 질문이다. 통신원은 외국인들이 한국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항상 궁금했다. 통신원은 러시아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어로 'Я из Кореи(한국에서 왔어요)'라는 문장을 수없이 이야기했고 지금 여전히 해오고 있다.

러시아 사람들에게 한국에서 왔다고 이야기를 하면 러시아 사람들 대부분은 삼성, 현대, LG, 김치, 안현수, 강남 스타일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국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 외에도 한국을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태권도'이다.

태권도는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고 태권도를 사랑하는 외국인도 상당하다. 하지만 태권도가 이렇게 세계에 알려지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태권도는 현재 올림픽에 채택된 정식 종목이다. 1988년 하계 올림픽에 처음으로 올림픽 시범 종목으로 포함했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 하계 종목으로 채택했다. 그후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 2020년 도쿄, 2024년 파리에 이어 LA까지 8연속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그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 총재는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더욱 새로운 태권도를 선보일 것'이라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태권도가 복싱과 역도에 이어 재미없는 스포츠로 전락하여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지속적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고 있는 것이다. 태권도가 올림픽에 정식 종목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태권도의 강국이 이제는 꼭 한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통해 전력 평준화로 절대 강자가 사라진 세계 태권도의 현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태권도는 총 8개의 금메달을 배정 받아 남녀 4개 체급씩 분배되었는데, 7개국이 나누어 가져갔다.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이탈리아, 태국, 미국, 우즈베키스탄이 하나씩 금메달을 받았고 러시아가 두 개의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한국은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아쉬운 성적을 기록한 바 있다.

우리나라 선수가 금메달을 하나도 획득하지 못해 많은 아쉬움이 따랐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굉장히 좋은 현상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스포츠인 태권도가 여러 국가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통신원이 살고 있는 러시아에서도 태권도 도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만큼 러시아에서 태권도는 대중화되었다. 러시아 공식 태권도 협회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따르면, 러시아 80개의 주에서 태권도를 배울 수 있고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는 러시아인은 약 186,000명에 이르며 약 1,800명의 트레이너가 있다. 매년 태권도 대회가 600번 이상 열리는 것에서 러시아에서의 태권도 열기가 대단하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올해 러시아에서 열리는 가장 큰 대회가 3월 5일 체르케스크(Черкесск)에서 열렸다. 이 대회는 러시아 각 지역에서 모여 강자를 가리는 가장 큰 규모의 대회로, 매년 지속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이외 러시아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이젭스크에서 태권도 관련 대회가 매달 열리고 있다. 또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블라디보스톡, 하바롭스크에서도 태권도의 인기는 엄청나다. 태권도를 배우는 러시아인들 중 한국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로 태권도를 통해 한국을 홍보하는 것도 매우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실제로 태권도를 배우는 많은 러시아 사람들은 한국에 방문을 해본 적이 있거나 한국 드라마, 한국 음악을 즐겨듣는다. 또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의 비율도 상당히 높다. 이렇게 한국의 전통적인 스포츠 태권도는 단순히 운동으로 끝나지 않고, 한국을 알리는 중요한 매개체로 자리를 잡고 있다.

< 러시아 체르케스크(Черкесск)에서 열린 태권도 대회 - 출처: Федерация тхэквондо Карачаево-Черкесии 브이케이 계정 >

사진출처
- Федерация тхэквондо Карачаево-Черкесии 브이케이 계정, https://vk.com/taekwondokchr

참고자료
- 러시아 공식 태권도 협회 홈페이지, https://tkdrussia.ru/

성명 : 오준교[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러시아/모스크바 통신원]
약력 : 효성 러시아 법인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