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커넥션] 합창 음악으로 하나 되는 한국과 미국
구분
문화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11.10

미국 콜로라도에는 지난 17년간 미주 사회에 수려한 우리의 음악을 전하는데 앞장서 온 합창단이 있다. 콜로라도 한인 합창단(Colorado Korean Chorus, 단장 손순희, 음악감독 겸 지휘 김태현)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2005년에 창단된 이래, 40여 명의 단원과 함께 정기 연주회와 특별 연주회, 한국 음악 세미나 등을 개최하며 한국의 음악과 노래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한편, 콜로라도 레퍼토리 싱어즈(Colorado Repertory Singers, 예술감독 겸 지휘 카일 플레밍 Kyle Fleming)는 70여 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합창단으로, 2019년 오스트리아 공연을 포함해 미국 내외에서 아름다운 합창을 선보이고 있다. 콜로라도 레퍼토리 싱어즈는 올해로 창립된 지 20년을 맞이했다.


콜로라도주를 대표하는 두 합창단이 만나,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 합창 음악으로 '연결'됨을 알리는 협연 [Connections – Creating Cultural Bridges Through Song(커넥션 – 노래로 서로의 문화를 이어가는)](후원: 재외동포재단, 콜로라도주 과학문화진흥구 등)을 준비해 지난 10월 16일(현지 시각) 밤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 미국 콜로라도주의 내로라하는 두 합창단(콜로라도 한인 합창단과 콜로라도 레퍼토리 싱어즈)이 모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보였다. ©콜로라도 한인 합창단

◆ 미국 콜로라도주의 내로라하는 두 합창단(콜로라도 한인 합창단과 콜로라도 레퍼토리 싱어즈)이 모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보였다. ©콜로라도 한인 합창단


번 공연은 [커넥션]이라는 이름대로, 다른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영어와 한국어로 함께 노래하며, 두 나라의 문화 교류를 이루는 데에 큰 의미가 있었다.

콜로라도 한인 합창단부터 시작한 공연의 1부는 댄 포레스트의 [Cantate Canticum novum(새 노래로 찬양하라)], [Ballade to the Moon(달에게 띄우는 기쁨의 눈물)], [Don’t Stop the Music(음악을 멈추지 마세요)] 등의 합창 노래가 이어졌는데, 특히, [엄마야 누나야]의 합창곡에서는 구슬프면서도 애절한 정서가 단연 돋보였다.

이어진 공연의 2부는 콜로라도 레퍼토리 싱어즈가 맡았다. 마르케스 개렛의 [Sing Out, My Soul(내 영혼아 노래하라)]로 경쾌하게 시작하여 [Grace before Sleep(잠들기 전 은혜)], [Walk Together, Children(아이들아 함께 걸어라)] 등의 가곡을 부르며, 감미로우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청중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공연의 마지막 3부는 두 합창단의 합동 공연이었다. 넓었던 무대가 100여 명의 합창 단원들로 채워지고 난 후, 콜로라도 레퍼토리 싱어즈의 카일 플레밍 지휘자의 손끝에서 우리나라의 민요 [세노야]가 시작됐다. 수십 명의 미국인 합창 단원들이 매우 정확한 발음으로 우리의 민요를 부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인상적이었으며, '세노야'가 반복되는 구간에서 100여 개의 각기 다른 목소리가 더해서 하모니를 이룰 때의 웅장함은 한국인 청중뿐만 아니라 미국인 청중들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그 뒤를 이어, 콜로라도 한인 합창단의 김태현 지휘자가 우리나라의 대표 민요 [아리랑]을 이끌었다. 피아노 연주, 장구 연주, 합창 단원들의 목소리가 한 데 퍼져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뤘다. 이 모습 또한 '우리'에게는 고향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그들'에게는 낯선 악기와 멜로디가 주는 신비로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공연에 참석한 백은수 씨는 "미국 땅에서 우리 말의 우리 음악을 듣게 돼 기뻤다. 또 여러 성가곡을 들을 수 있어서 새롭기도 했다."라며, "미국인 합창 단원이 또렷한 한국 발음으로 독창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가을밤에 받게 된 소중한 선물 같다."라면서 행복한 마음을 전했다.

또한, 평소 콜로라도 레퍼토리 싱어즈의 공연을 자주 찾는다는 그렉 피터슨 씨는 "처음엔 (한국의) 가곡을 들으며 공연 책자의 노래 가사를 읽었는데, 점차 보지 않게 됐다. 음악 멜로디와 합창 단원들의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감정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라면서 한국 음악을 알게 된 좋은 기회였다고 덧붙였다.


◆ (왼쪽부터) 콜로라도 한인 합창단의 김태현 음악감독, 콜로라도 레퍼토리 싱어즈의 합창 단원 김혜경 소프라노와 카일 플레밍 예술감독 ©이나라

◆ (왼쪽부터) 콜로라도 한인 합창단의 김태현 음악감독, 콜로라도 레퍼토리 싱어즈의 합창 단원 김혜경 소프라노와 카일 플레밍 예술감독 ©이나라


많은 이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한 이번 협연은 김태현 음악감독(및 지휘)과 카일 플레밍 예술감독(및 지휘)의 기획력이 돋보이는 프로젝트였다.

이번 공연을 계획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분리와 분열을 경험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악화한 사회 분위기를, 서로 인정하고 배려하는 모습으로 환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카일과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다."라고 김태현 음악감독은 말했다.

카일 플레밍 예술감독은 이어서 "우리는 팬데믹 이후로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폭력적인 사회적 시선을 목도했다. 음악을 통해서 한국과 미국,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연결'할 방법에 대해 고민했고, 이것이 이번 공연 [커넥션]의 시작이 됐다."라고 공연의 의도를 밝혔다.

한인 입양아기도 한 카일 플레밍 감독은 "어렸을 때 한국에서 미국 가정으로 입양되어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적었다. 그래도 항상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라면서, "콜로라도 한인 합창단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며 한국어로 된 '세노야'를 직접 부르고 지휘하겠다고 요청했다. '한국 노래'처럼 들리게 하기 위해 우리 팀 모두 열심히 연습했고, 그만큼의 성과가 잘 나온 것 같다. 내게는 아주 특별하고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두 감독 모두 이번 공연의 숨은 공로자로 김혜경(Grace Kim) 씨를 손꼽았다. 김혜경 씨는 현재 콜로라도 레퍼토리 싱어즈의 단원이며, 과거에는 콜로라도 한인 합창단에서도 활동했다. 두 합창단에서 '한국'이라는 공통점을 보게 된 김혜경 씨는 "미국에 사는 한국 사람으로서, 이번 공연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두 감독님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콜로라도 레퍼토리 싱어즈의 미국인 단원들에게 한국어 발음을 가르쳐줬다."라면서, "모든 단원이 열정적이면서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나라도 더 제대로 배우고자 했다. 개인적으로도 매우 뜻깊은 경험이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음악에는 힘이 있다. 우리 모두 음악을 통해 아픔을 극복하고 치유하는 경험을 해봤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가, 한국어로 전달되는 노래에 미국인의 마음이 움직이고, 영어로 전달되는 노래에도 우리의 마음이 움직일 수 있음을, 오늘 확인한 것 같다."라며 벅찬 마음을 전했다.

두 합창단의 협연을 들은 청중도, 협연을 이룬 단원들 모두에게 큰 감동으로 기억될 이날의 밤이 이렇게 깊어갔다. 미주 사회에 한국 문화 교두보를 성공적으로 놓은 콜로라도 한인 합창단과 콜로라도 레퍼토리 싱어즈. 앞으로 두 합창단이 보여줄 행보에도 많은 기대가 실린다.






이나라
 미국 이나라
 콜로라도통합한국학교 교사
 콜로라도주립대학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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