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언론분석] 싱가포르 특유의 융통성 없음에 대한 고찰
구분
사회
출처
KOFICE
작성일
2022.11.14

마약을 하면 사형, 담배꽁초를 포함한 쓰레기를 버리면 엄청난 벌금, 깨끗한 도로를 위해 껌을 아예 금지해버린 융통성 없는 나라. 많은 이들이 싱가포르에 대해 가지고 있는 흔한 이미지 혹은 편견이다. 싱가포르 여행 경험이 있거나 거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 중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재미없는 나라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통신원이 보기에 이는 모두 맞는 말이다. 서울과 비슷한 크기인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일하거나 노는 데에도 융통성이 없고 모든 것이 딱딱하고 심심한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안전한 나라가 될 수 있었다.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이태원 참사가 이곳 싱가포르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얼마 전 싱가포르에서 촬영된 한국 드라마 <작은 아씨들>와 한국과 싱가포르의 합작영화 <아줌마>의 개봉도 있었기 때문에 싱가포르 정부와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 컸다. 통신원에게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질문하는 현지 동료들도 있었다.


< 이태원 참사에 대한 현지 언론 보도 - 출처: 'CNA' >

< 이태원 참사에 대한 현지 언론 보도 - 출처: 'CNA' >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는 싱가포르 정부를 대표해 한국 대통령에게 희생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와 조의를 표하는 서한을 보냈다. 사건 발생 직후 싱가포르 정부는 싱가포르인 사상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그에 대한 여러 기사를 보도했다. 그 후에는 이러한 참사가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싱가포르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분석하는 글이 올라왔다.

융통성 없는 싱가포르는 행사를 할 때에도 원칙을 따른다. 지난 8월에 열린 국경절과 10월의 F1 경기 행사에서는 각각 20만 명, 30만 2천 명이 넘은 사람들이 참석한 바 있다. 이때 싱가포르 경찰청은 온라인 지역에 따른 최대 수용 인원을 정하고 인원이 넘은 지역은 폐쇄하며 군중을 분산시켰다. 또한 밀도가 높은 지역에는 드론과 순찰 로봇을 사용해 흐름을 파악하고 군중의 크기를 모니터링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대중을 미리 분산하는 군중 제어를 착실하게 실시했다.


이러한 원칙은 쇼핑 센터가 모여있는 중심지에서도 적용된다. 싱가포르에는 보행자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보행자 통로의 최소 너비를 규정하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는 추가 안전을 위해 최소 너비가 더 크다. 중심 지역에 위치한 쇼핑센터에서는 보행자 흐름을 조절하기 위해 울타리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군중 제어 시스템 때문에 시민들은 먼 길을 돌아가기도 하고 좀 더 귀찮은 걸음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것이 원칙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작게 불평을 할지 언정 크게 목소리를 내거나 반대하는 이들을 찾긴 어렵다.  

11월 싱가포르는 다양한 콘서트 개최를 앞두고 있다. 또한 12월에는 싱가포르의 작은 섬 센토사에서 3만 명이 참가할 'ZoukOut' 파티가 예정돼 있다. 싱가포르 경찰청은 혹시나 발생할 수 있을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한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 코로나19 이전 열렸던 'ZoukOut' 파티 - 출처: ZoukOut 축제 공식 홈페이지 >

< 코로나19 이전 열렸던 'ZoukOut' 파티 - 출처: ZoukOut 축제 공식 홈페이지 >


융통성은 '그때그때의 사정과 형편을 보아 일을 처리하는 재주 또는 일의 형편에 따라 적절하게 처리하는 재주'이다. 싱가포르에 없는 융통성에 여러 번 뒷목을 잡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통신원은 싱가포르에서 살아오면서 '사람은 어느 정도의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싱가포르에서 연구를 하다 보면 이따금 위험 화학물품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이곳에서는 동일한 위험물의 수입이 안되거나 분기별로 정부 관계자에게 사용량을 보고 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 통신원은 '생각만큼 위험하지 않은 품목을 취급하는 것에 있어서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것인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참사를 지켜보면서 내가 생각한 융통성은 이런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융통성이라는 말 안에 너무 많은 허용과 용납이 포함돼 있던 듯하다. 애초에 위험성을 제거해버리는 이 나라의 방침이 맞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통신원은 싱가포르의 원리 원칙을 고수하는 모습들을 보며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위험요소를 안은 채 불편함 없이 즐기는 행사보다는 재미가 감소하더라도 소중한 생명을 지키며 즐기는 것이 더 맞는 것이 아닐까? 좋은 규칙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건강한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 너무 늦은 때라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다. 앞으로 규칙을 지켜야할 때에는 모두가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정해진 규칙을 철저하게 지키며 따르는 시민 의식을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 ZoukOut 축제 공식 홈페이지, 

  https://www.zoukout.com/

- 《CNA》 언론 보도(검색어: itaewon), 

   https://www.channelnewsasia.com/search?q=itaewon


참고자료
- 《CNA》 (2022. 10. 30). No reports of Singaporeans among the casualties in South Korea stampede: MFA, 

https://www.channelnewsasia.com/singapore/south-korea-stampede-no-reports-singaporeans-among-casualties-pm-lee-condolences-3033371

- 《CNAlifestyle》 (2022. 9. 2). How to survive concert season in Singapore: F1 Singapore Grand Prix, Justin Bieber, ZoukOut 2022 and lots more, https://cnalifestyle.channelnewsasia.com/entertainment/singapore-concerts-2022-f1-grand-prix-zoukout-justin-bieber-one-asia-love-festival-326866

- 《Mothership》 (2022. 11. 6). Is S’pore built differently enough to avoid a crowd crush situation?, 

https://mothership.sg/2022/11/singapore-built-differently-crowd-crush/ 

- 《Washingtonpost》 (2022. 10. 31). How to survive a crowd crush and why they can become deadly,

 https://www.washingtonpost.com/wellness/2022/10/31/seoul-crowd-crush-how-to-survive/






신보라

성명 : 신보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싱가포르/싱가포르 통신원]
약력 : 전) 싱가포르 Duke-NUS 의과 대학 박사후 연구원 현) 싱가포르 NUS Yong loo lin 의대 박사 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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