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닥종이 공예를 통해 한국을 알리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12.27

마드리드 콜롬비아역 근처 주택가에 있는 홍연숙 작가의 공방에 들어서면 익숙한 한지의 향이 가득하다. 벽면 가득 은은한 빛을 내뿜는 도자기와 알록달록한 닥종이 인형을 뒤로하고 아멜리아(Amelia)와 파트리샤(Patricia)는 홍현숙 작가의 지휘 아래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닥종이 인형에 저고리를 붙이는 것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싱긋 웃는 귀여운 얼굴의 인형에 알록달록한 한복까지 3시간의 노동 끝에 모습을 갖춰가는 닥종이 인형을 바라보는 눈빛은 뿌듯함으로 가득 찼다.


처음 만져 보는 종이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조심스러웠다는 이들은 마드리드 크래프트 위크(Madrid Creft Week)를 통해 홍연숙 작가의 작품을 접한 후 수업을 신청해 닥종이 공예를 배우러 온 스페인 현지인들이다. 마드리드 크래프트 위크는 4년째 열리고 있는 공예의 날 행사로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들의 개성과 예술성이 깊게 베인 공예품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이다. 또한 소비자들에게는 다양한 공예 작품들을 직접 보고 느끼고 체험하며 구매할 수 있는 기회이다.


< 홍현숙 작가 공방에서 닥종이 인형 공예를 배우고 있는 수강생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 홍현숙 작가 공방에서 닥종이 인형 공예를 배우고 있는 수강생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스페인에서 도자기 및 닥종이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홍현숙 작가는 타지에서 쉽지만은 않았을 작품 활동의 돌파구를 마드리드 크래프트 위크를 통해 찾았다. 행사에 참가했던 덕분에 현지인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이후 수강 문의나 작품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파리공예페어 참가 작가로 뽑혀 스페인 작가 한 명과 함께 스페인 공예 작가를 대표해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또한 올해 11월에는 동양의 오방색을 주제로 한 도자기 작품들로 도자기 학교에서 단독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 스페인에서 도자 공예 및 닥종이 공예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홍현숙 작가 - 출처: 통신원 촬영 >

< 스페인에서 도자 공예 및 닥종이 공예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홍현숙 작가 - 출처: 통신원 촬영 >


작가는 남편의 나라 스페인에 정착하면서 예전부터 관심 있던 도자 공예를 배우기로 결심해 마드리드도자예술학교 7년 과정을 마쳤다. 한국과 스페인의 두 문화를 동시에 체험하며 살아온 그녀의 작품에서는 묘하게도 동양의 미와 서양의 정서가 함께 느껴진다. 책을 보다 우연히 배우기 시작한 닥종이 공예는 그녀의 향수를 달래주었다. "그땐 동양인 자체가 신기했을 때였으니까요."라고 전한 그녀는 한복을 입고 해맑게 웃는 아이들, 아이를 포대기에 업은 엄마 등 고운 한지를 잘라 수 십 번 잘라 붙이는 인내의 작업을 통해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 왔다.

동양인 자체가 신기했던 시절을 지나 모든 동양인을 중국인으로 여기던 시기를 지나 한국의 문화가 제법 알려지고 있는 지금도 작가의 공방을 찾는 이들 중에는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공방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중년 및 노년층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럴 때마다 닥종이 공예뿐만 아니라 한국과 한지, 그리고 한복에 대해 자세히 알려준다. 또한 닥종이 인형을 완성한 뒤 한글 이름을 한글에 직접 써서 작품에 도장처럼 붙이게 한다. 수강생들은 한글로 삐뚤빼뚤 이름을 따라 쓰면서 한글을 처음 접한다. 그 과정에서 중국어와 한국어가 다르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며 배워간다.

인형에 쓰이는 닥종이(한지)는 또 하나의 한국의 전통이자 문화이다. 손으로 자유자재로 찢어 쓸 수 있고 풀로 겹겹이 붙이면 돌보다 더 단단해지는 한국의 전통 종이 한지의 제작 과정을 설명한다. 또한 통풍성과 보온성이 좋아 문을 만드는 재료로 쓰였으며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상하지 않는 특성까지 전하면 수강생들은 한지의 특별함에 감탄하고는 한다.


< 홍현숙 작가의 도자 및 닥종이 공예 작품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 홍현숙 작가의 도자 및 닥종이 공예 작품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닥종이 인형 공예를 가르치며 자연스럽게 한국과 한국의 문화에 대해 알려줘요. 아무래도 수강생들이 나이대가 있는 만큼 잘 모르는 이들도 많거든요. 한지를 직접 다루는 과정을 통해 문화에 대한 소개도 자연스럽게 곁들이게 되더라고요. 문화의 공존에 익숙한 현지인들은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데 적극적이며 호의적이에요."


타국에서 공예 작가로의 삶은 쉬운 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작가의 꾸준한 작품 창작에 대한 열정과 적극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닥종이 공예가 스페인 현지인들에게 소개되지 못했을 것이다.

"쉽게 망가지지 않고 질긴 한지의 특성을 활용해 일상생활의 소품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요. 제가 만들어 놓은 나무의 질감으로 표현해낸 공예품들을 보고 수업을 희망하는 이들도 많아요."

한 장의 종이를 한 겹, 한 겹씩 뜯어말리는 과정을 길게는 수개월 동안 반복해야 하는 닥종이 공예이다. 오랜 시간의 인내의 과정을 거쳐 비로소 자신의 생각과 철학이 담긴 작품이 완성되는 닥종이 공예처럼 홍연숙 작가도 다른 문화의 땅에서 하나하나 쌓고 또 수정하는 오랜 인고의 과정을 거쳐 한국과 스페인 두 문화의 만남 속에서 그녀만의 단단한 삶을 만들어 내고 있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정누리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약력 : 현)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