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벨기에 내 한국 음식의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은 현지인들이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슈퍼마켓에서 한국 식품을 발견할 때이다. 10년 전만 해도 벨기에의 일반 슈퍼마켓에서 한국 식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케이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과 함께 한국 라면이 소개됐다. 더불어 벨기에 언론이 한국의 발효음식을 건강식으로 보도하면서 현지인들에게 한식은 건강식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즐겨 보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콘텐츠 속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상승했다. 이에 벨기에 슈퍼마켓에 진열되는 한국 라면이 다양해지기 시작했고 김치, 김, 음료는 물론 '한국 불고기'라는 이름으로 마트에서 직접 제조된 식품이 나오기까지 했다.
다만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시아의 다양한 양념장들이 일반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것에 비해 한국의 대표적인 양념장인 고추장과 된장이 판매되지 않는 점이 안타까웠는데 최근 고추장이 벨기에 일반 슈퍼마켓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 벨기에 슈퍼마켓에 등장한 고추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벨기에에서 한식이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벨기에 중세도시 겐트에 위치한 중국인이 운영하는 아시아 슈퍼마켓의 온라인 사이트는 '한식이 핫하다(Koreaanse keuken is hot)'고 말하면서 한국 식품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한식을 경험해 본 현지인들의 반응은 어떨까? 한국어를 배우는 네덜란드인과 벨기에인의 한식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 한국어를 배우는 네덜란드인과 벨기에 사람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국계 네덜란드 입양인 마르테인(Martijn, 36세) 씨는 집에서 한식을 직접 요리해서 즐길 정도로 한식을 좋아한다. 그의 네덜란드인 아내 잉허(Inge) 씨는 BTS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BTS 런던 공연을 직접 관람할 정도로 열정적인 아미(Army)이다. 잉허 씨는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때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BTS의 정국의 개막식 무대를 함께 보았다. 마르테인 씨는 "아내가 BTS뿐만 아니라 케이팝 팬이라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다. 채식주의자인 아내를 위해 야채 비빔밥과 잡채를 요리하는데 아내는 제 요리를 정말 좋아한다."고 말하며 자신의 한식 요리 실력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마르테인 씨는 올해나 내년에는 반드시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각오로 매일 열심히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으며 한국어로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그 실력이 뛰어나다.
대체로 한식이 맛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이지만 모두가 한식에 대해 좋은 경험만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클레르(Claire, 45세) 씨는 "남편과 함께 한식 레스토랑을 가서 그릴 요리를 주문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맛이 좋지 않아 실망했다."면서 "남편에게 동일한 레스토랑에 다시 같이 가자고 설득할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니나(Neena, 29세) 씨는 겐트에 위치한 한식 레스토랑 '킴스 키친(Kim’s Kitchen)'을 언급하며 "처음으로 한식 레스토랑을 가봤는데 정말 맛이 좋았다. 기회가 된다면 다 같이 가도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리저로트(Liselotte, 29세) 씨는 "최근에 동거하는 남자친구가 고추장을 사왔다."며 "요리사인 남자친구는 음식에 관심이 많아 내년쯤 한국에 직접 가서 한식을 연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리저로트 씨 역시 <한식대첩-고수외전>의 우승자 벨기에인 마셀로 발라딘 셰프를 알고 있었다. 현재 그는 겐트에서 'OAK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슐랭 원스타로 몇 달 전부터 예약해야 할 정도로 벨기에에서 성공한 셰프 중 한 명이다.
사람들은 당일 니나 씨가 가져온 라면과 한국 술을 함께 즐겼다. 현지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판매하는 불닭볶음면에 대해서는 "대체로 맵지만 먹을 만하다."는 평가를 내렸고 매운맛에 약한 니나 씨는 결국 우유를 마셨다. 짜장라면을 처음으로 맛본 마르테인 씨가 "정말 맛있다."고 말하자 니나 씨는 "어떻게 지금까지 짜장라면을 모를 수가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사람들은 막걸리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었다. 막걸리가 발효된 술이라는 점과 한국의 독특한 전통 술잔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마셔본 막걸리에 대한 평가는 별로 좋지 않았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케이팝이나 한국 드라마에 대한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벨기에 넷플릭스에서 <화랑>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며 어디에서 <화랑>을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너무 재미있었다."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배우 이종석이 좋아서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한 니나 씨는 이종석과 아이유의 연애 소식에 놀라기도 했다. 통신원보다도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한국문화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성명 : 고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벨기에/겐트 통신원]
약력 : 겐트대학원 African Languages and Cultures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