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일랜드는 음력설 행사 준비가 한창이다. 아일랜드에 거주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중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음력설을 쇠는 아시아인을 위해 다양한 문화 행사를 기획 중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 9일, 더블린에 있는 St. Anne’s park에서는 주아일랜드 권기환 대사를 비롯해 He Xiangdong 중국 대사와 더블린 시청의 Caroline Conroy 시장이 참석해서 전통 의상을 입은 각 나라 시민과 함께 홍보 사진을 촬영했다. 아일랜드의 주요 신문사 기자들과 오가는 시민들은 이국적인 전통 의상에 반해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St. Anne’s park에서 진행된 음력설 홍보 영상 촬영 현장. 권기환 주아일랜드 대사를 비롯해 한국 전통 사물놀이팀이 대한민국 대표로 참석했다. 사진 제공: 주아일랜드 대사관]
더블린 한글학교 교사들로 구성된 사물놀이팀은 이번 29일에 펼쳐질 음력설 행사에서도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작년 설에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각종 행사에 대한 규제가 심해서 무대에서 공연을 펼칠 수 없었다. 최대한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이는 것을 줄이기 위해 주최 측에서 퍼레이드 형태의 공연을 제안했다. 제법 긴 거리를 장구와 북을 메고 연주하며 걷기란 쉽지 않았다. 특히 무거운 징을 들고 퍼레이드에 참여한 교사는 한동안 몸살과 씨름해야 했다.
[2022년 더블린 설날 행사로 퍼레이드 공연을 펼친 사물놀이팀]
하지만 올해는 정식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하며 공연할 수 있어서 사물놀이팀의 기대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공연 막바지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만나서 연습을 하는 데도 누구 하나 불평하는 팀원이 없다. 이날 홍보 촬영을 할 때도 새벽부터 단장하고, 칼바람 속에서 얇은 사물놀이 복장만 걸치고 있어도 촬영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사진 기자의 요청에 따라 참석한 모두가 신나는 장구 장단에 맞춰 춤을 추며 계묘년을 자축했다
[사물놀이 장구 장단에 맞춰 새로운 한 해를 서로 축하해주는 훈훈한 자리가 마련되었다. 사진 제공: 주아일랜드 대사관]
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더블린 시청은 행사 명칭을 'Chinese New Year'가 아닌 'Lunar New Year'로 소개하는 등 각 나라의 정서를 세심하게 살피며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더블린 시청에서 주관하는 2023 Lunar New Year 홈페이지, Michael D. Higgins 대통령의 인사말. 사진 캡처: Lunar New Year 홈페이지]
주최 측인 더블린 시청에서는 행사 관련 홈페이지에도 아일랜드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의 축하 메시지를 올려서 다양한 문화를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외국인 인구 비율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국 문화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K-POP과 한국 전통문화 소개, 베트남, 몽골까지 아우르며 소수의 문화가 소외되지 않도록 홍보 단계부터 신중하고 열정적으로 진행했다. 이것을 통해 아일랜드의 개방적인 다문화 정책을 알 수 있으며 문화에 대한 존중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느낄 수 있다.
2023년 Lunar New Year 문화 행사는 1월 29일에 개최되며 한국은 사물놀이 공연뿐만 아니라 한복 입기 체험, 윷놀이 등 다양한 전통 민속놀이를 기획하고 있다. 아시아 몇 개국만의 잔치가 아닌 아일랜드에 있는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기는 성공적인 행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아일랜드 김은영 더블린한글학교 교사 MBC.SBS 교양제작국 구성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