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나는 카잔카 제24회 재외동포문학상 초등부 최우수상 주세아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3.02.20

"초등부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나는 카잔카」는 아예 한국 태생도 아니고 카잔에서 태어났지만, 양국의 문화를 행복하게 즐기며 산다. 러시아의 시를 즐기지만, 낯선 한국의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의 슬픔을 마음으로 깨닫고 지극한 사랑을 느낀다. 윤동주 시인의 별은 시인의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고, 그것이 응모자의 어머니와 또 한국에 대한 사랑이라는 걸 누가 가르쳐주지 않더라도 눈물을 흘리며 순간적으로 안다. 마음이 통하게 하는 모국어로 쓴 시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

-제24회 『재외동포 문학의 창』 청소년글짓기 부분 심사평 중 -


전 세계 732만 재외동포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이 있다. 1999년 제1회를 시작으로 매년 시행되고 있는 재외동포문학상이다. 지난 24년간 재외동포문학상은 문학을 통해 재외동포들의 삶을 공유하고 재외동포 문학의 역사를 기록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차세대에게는 모국어와의 유대감을 높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왔다.(2022년 11월 22일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김성곤, 「재외동포 문학의 창」 발간사 중) 제24회 재외동포문학상은 지난 2022년 4월 22일부터 6월 20일까지 시행되었다. 전 세계 43개국에서 802편 작품이 응모, 그 가운데 수상작 40편이 선정되었다.


러시아에 경사가 났다. 제23회에 이어 제24회 재외동포문학상에서도 최우수 수상자가 배출된 것이다. 코리안넷 재외동포문학상 역대 수상 지역 보고에 따르면, 제23회 이전까지 22년 동안 러시아 재외동포문학상 수상자는 단 2명뿐이었다. 2001년 제3회 문학상에서 단편소설 「해바라기」로 박미하일이 대상을 받았고, 그 후 10년 후인 2011년 제13회 문학상에서 「한글 선생님과 나의 꿈」이란 제목으로 안율랴가 학생부 장려상을 받았다. 다시 10년의 세월이 흘러 2021년 제23회 문학상에서는 모스크바 거주 재외동포 최승현이 「메주」로 시 부문 대상과 단편소설 「좌표 없는 이방인의 나라」로 가작을 동시에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최승현 수상자를 인터뷰하고 관련 기사를 작성하면서 같은 러시아 재외동포로 감격했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당시 솔직히 다음 수상자도 10년 후에나 나올까라는 안 해도 되는 염려를 잠시 했다. 다행히 이 염려는 기우가 되었다. 단 1년 만에 러시아에서 또 수상자가 나온 것이다.


제24회 재외동포문학상 청소년글짓기 초등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나는 카잔카(카잔에서 태어난 아이)」의 주인공, 한국 태생이 아니고 러시아 카잔에서 태어났지만, 한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 주세아 학생과 어머니인 [카잔볼가한글학교] 손소미아 선생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주세아 고향 카잔 풍경

▲ 주세아 고향 카잔 풍경. 한국에 명동과 홍대가 있다면 카잔에는 바우만 거리가 있다. 여행자의 필수 코스라 늘 사람들로 북적대는 관광 명소지만 영하 25도에는 거리가 텅 비어있다. 카잔연방대학교는 러시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대학교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와 블라지미르 레닌이 잠시 수학한 대학으로도 유명하며, 현재 한국학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카잔은 과거 볼가강과 중동을 잇는 무역의 중심지였다. 이러한 역사의 영향으로 카잔은 다른 러시아 도시와는 다른 독특한 모습을 지닌다. 전체 인구 약 110만 명 가운데 절반이 타타르인이기 때문에 중동 도시와 같은 인상을 풍기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성은 러시아 정교회와 이슬람 문화가 혼합된 풍요로운 문화적 독특성의 근원이 되고 있다. 카잔 크램린에 위치한 이슬람 상징인 쿨샤리프 모스크 야경이다.(오른쪽 사진) 크렘린 내부에 있는 정교회 성당은 잘 눈에 띄지 않지만, 거대한 지붕의 푸른 빛깔 모스크는 밤에 더욱 화려한 자태를 자랑한다. 카잔 크램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사진 출처: 통신원 제공)


나는 카잔카(카잔에서 태어난 아이)다. 그리고 나는 귀염둥이 세오츠카(나를 귀엽게 부르는 말)다.
그런데 다른 카잔카 친구들과는 달리 내 머리 색깔은 진짜 새까만 색이다. 딱 봐도 여기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염색을 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엄마가 염색은 안 된다고 하셨다. (중략)
"너 어디서 왔니?"
"나? 카잔사람인데...."
"거짓말...."
"나 저기 2번 병원에서 태어났어."
"아... 미안해."
친구가 미안하다고 말해서 마음이 풀렸지만, 카잔카라고 설명하는 나도, 듣는 친구도 이상하다.
그래서 요즘은 내 맘대로 말한다. 어떨 때는 한국 사람, 어떨 때는 카잔 사람이라고 한다.
- 주세아, '나는 카잔카' 중


주러시아 대한민국 대사관 정호진 대사와 최우수상을 받은 주세아 학생

▲ 주러시아 대한민국 대사관 정호진 대사와 최우수상을 받은 주세아 학생. 지난 12월 26일 정호진 대사는 주세아 학생과 가족을 초청하여 상장 전수식을 했다. 제24회 재외동포문학상 초등부 글짓기 최우수상에 입상한 주세아 학생과 주세아 학생이 소속된 [카잔볼가한글학교] 주선민 교장(주세아 학생 부친)에게 각각 상장을 전달하며 축하 인사를 전하는 한편, 앞으로도 여러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좋은 글을 써 달라며 격려했다.(▶ 사진 및 내용 출처: 2022년 12월 26일 주러시아 대한민국대사관 홈페이지)


♣ 『나는 카잔카』 주세아 수상자 인터뷰
[질문 1] 재외동포문학상 초등부 최우수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해요. 재외동포문학상에 글을 쓰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그리고 글을 쓰면서 혹시 힘든 점이 있었나요?
[답변 1] 처음에 엄마가 쓰면 좋겠다고 하셔서 쓰기 시작했어요. 쓰다 보니까 제 이야기를 하는 것이 그냥 재미있었어요. 글만 쓰는 것은 재미있었는데 한국어 문법이랑 글자 틀리는 게 좀 힘들었어요. 그리고 힘든 것 중에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약간 큰 대회니까 내가 그냥 혼자 쓰는 일기보다 어른스럽게 써야 해서 힘들었어요.

[질문 2] 12월 26일에 모스크바 대사관에 가서 대사님께 직접 상을 받았어요. 기분이 어땠어요?

[답변 2] 모스크바 대사관에서 직접 상을 받으니까 내가 진짜 큰 상을 받은 거구나 그렇게 느껴졌어요. 저는 막내라 가족들이 집에서 저에게 잘해주는데 대사관에 가니까 모든 분이 저에게 너무 잘해주셔서 뭔가 왕궁에 온 것 같았어요. 내가 공주가 돼서 다들 나에게 잘해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또 다른 것도 잘해서 상을 받고 싶어졌어요.

[질문 3] 세아는 2021년과 2022년에 스터디코리안 [학생 소식]에 계속 글을 썼어요. 열심히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그리고 [학생 소식]에 일기를 쓰는 것이 한국어 공부에 도움이 되나요?
[답변 3] 일기를 쓰는 것이 글씨 틀리는 것 고치는 데에는 도움이 되는데, 내가 글을 자꾸 초등학교 1학년처럼 쓰는 것 같아서 다른 사람이 보는 것이 좀 부끄럽기도 해요. 그래도 계속 쓰는 이유는 엄마가 시키니까 그렇기도 하고 글을 많이 쓰면 상도 주세요. 그리고 일기를 쓰면 그냥 재미있고 오늘 한 일을 정리할 수도 있고 나중에 봐도 되니까 좋아요.

[질문 4] 세아는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답변 4] 저는 평범한 듯 속은 조금 뭔가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장래 희망은 의사예요. 의사를 하려면 공부를 아주 많이 해야 한다고 해서 요즘 고민이 되지만 의사가 되고 싶어요.


▲ 사진 출처: 주세아 어머니 손소미아 교사 제공

▲ 사진 출처: 주세아 어머니 손소미아 교사 제공


♥ 주세아 어머니 [카잔볼가한글학교] 손소미아 교사 인터뷰
[질문 1] 엄마에게 세아는 어떤 딸인가요?

[답변 1] 세아는 엄마인 저에게 늘 위로가 되는 딸입니다. 스스로 자기 할 일을 잘하고 바쁜 엄마를 먼저 걱정해주는 딸이라 늘 기쁨이 됩니다.

[질문 2] 글쓰기를 권유하신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나요?
[답변 2] 예전에는 학교에서 러시아어로 글을 쓰는 것도 벅찬데 한국어로 글을 쓰는 것이 무리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한국어로 글을 쓰는 것을 아이에게 권유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인분의 권유로 스터디코리안 사이트를 통해 [학생 소식]에 아이들 스스로 글을 올리면 한국어 실력을 키울 수 있다는 조언을 듣고 세아에게 글쓰기를 권유해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맞춤법이 많이 틀려서 그만 쓰라고 할까 하다가 스스로 글을 쓰는 아이를 보며 잘 쓰는 것보다 꾸준히 쓰는 것을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1년 정도 지날 때쯤 재외동포문학상 공모 안내문을 보고 세아에게 글을 써서 보내 보자고 권유했습니다.

[질문 3] 시상식이 모스크바 대사관에서 성대히 열렸다고 들었습니다. 전수식 풍경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3] 모스크바에서 세아의 재외동포문학상 전수식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굳이 그 먼 곳까지 가야 하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세아가 대사관에서 직접 상을 받는 것이 세아의 인생에서 참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어서 가족 모두 모스크바로 갔습니다. 장호진 대사님과 박호 총영사님 그리고 많은 분께서 세아를 축하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총영사님께서 멀리서 온 저희를 위해 모스크바에서 편히 다닐 수 있도록 차량을 마련해 주셔서 오가는 길에 편히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전수식 후에 맛있는 오찬까지 준비해 주셔서 모스크바에서 세아 덕분에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단체사진


[질문 4] 수상작 '나는 카잔카'에는 부모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습니다. 부모로서 또 한글학교 교장과 교사로서 자녀가 러시아에서 건강한 정체성을 갖도록 양육하는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스터디코리안 독자들께 수상자 어머니로서 한 소감 부탁드립니다.
[답변 4] 세아는 스터디코리안을 통해 글쓰기에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덕분에 재외동포문학상에까지 공모하게 되었고 개인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많은 선생님과 부모님께서 스터디코리안 사이트를 활용해 아이들에게 글쓰기에 도전할 수 있도록 격려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저의 글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나는 카잔카이지만 두 나라를 다 사랑하고 두 나라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이 글에 쓰고 싶은 내용을 다 써서 만족하지만, 신청 마지막 날에 늦게 글을 올리는 바람에 많이 생각해보지 못하고 글의 제목을 정해서 아쉬운 게 있습니다. 글의 제목을 '나는 카잔카'가 아닌 '나는 카잔카 아니면 한국인?'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와 같이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사는 친구들이 이 글을 읽고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청소년글짓기/초등 부문(최우수상) '나는 카잔카' 주세아 수상 소감 중 -




서지연
 러시아 서지연
 바로네즈한글학교 교장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상담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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