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한국 도자기로 열어가는 문화교류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03.03

토론토에서 남서쪽으로 떨어진 해밀턴(Hamilton) 워터다운(Waterdown) 소도시의 작은 공방(Pottery)에서는 한국 도자기 수업이 한참 진행 중이었다. 1층과 2층에는 눈보라를 뚫고 온 중급반, 고급반 학생들이 선생님들의 지도를 받으며 10개 이상의 물레에서 직접 진흙을 올리고 치며 성형을 하고 있었다. 작업실 한편에는 진흙 그대로의 접시와 컵, 그리고 가마에서 초벌을 끝낸 짙고 화려한 색의 그릇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었다.


< 해밀턴 워터다운 소도시에서 한국 도자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은하 힐 작가 - 출처: 통신원 촬영 >

< 해밀턴 워터다운 소도시에서 한국 도자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은하 힐 작가 - 출처: 통신원 촬영 >


평소 13명 이상의 멤버가 매주 목요일 저녁에 모여 약 2~3시간에 걸쳐 여러 모양의 도자기를 만드는 수업을 진행하는 은하 힐(UnhaHill) 작가는 오래전부터 한국-캐나다 도자기 교류의 물꼬를 튼 장본인이다. 캐나다 해밀턴(Hamilton Potters’Guild) 및 미시사가 지역 도예 길드(Mississauga potters’ Guild)에서 활동해 온 은하 힐 작가는 2014년 우연히 이천의 김성태 명장의 공방을 방문하면서 도자기를 통한 양국의 민간 교류를 계획했다고 한다. 은하 힐 작가는 캐나다로 돌아와 본인이 속해 있던 토론토와 벌링턴 도예 길드에서 한국 이천 도자기 축제에 참여한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토크쇼를 진행했는데 당시 한국 도자기 역사나 기법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던 캐나다인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 수업을 위해 가지고 온 한국 명장들의 작품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 수업을 위해 가지고 온 한국 명장들의 작품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그 결과 다음 해인 2015년 은하 힐 작가의 인솔로 캐나다 도예 명장인 토니 클레넬(Tony Clennell)과 크리스 스니든(Chris Sneddon) 교수를 비롯한 열두 명의 캐나다인들이 '이천 도자기 축제'를 찾아 2주 동안 워크숍에 참여했다. 2016년에는 은하 힐 작가가 한국 도자기 작가 다섯 명(김성태, 최인규, 유용철, 조세연, 이항구)을 캐나다로 초청해 토론토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48년 전통을 가진 캐나다 온타리오 지역의 유일한 전문 예술 단체 '퓨전'과 연결해 한국 도자기가 가진 아름다움과 기술을 300명 이상의 도예가들에게 시연하며 콘퍼런스를 이끌었다. 당시 캐나다 예술 미디어들은 "캐나다 도자기 생태계에 굉장히 특별한 일이 일어났다."며 다섯 명의 한국 도자기 명장(Five South KoreanPottery Masters)의 캐나다 방문과 콘퍼런스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가 간 봉쇄 조치가 있기 전까지 매년 한국의 이천과 캐나다의 토론토, 밴쿠버를 오가며 도자기를 통한 문화교류를 이어갔다. 2017년 열다섯 명의 캐나다 도예가들이 이천을 방문했고 2018년 5월에는 한국 도예 명장들을 밴쿠버에 초청했다. 2019년에는 캐나다 도예가 열네 명과 함께 이천 도예 조합을 방문했다.


< 2015년 '이천 도자기 축제'를 방문한 캐나다 도예가들 - 출처: 은하 힐 작가 제공 >

< 2015년 '이천 도자기 축제'를 방문한 캐나다 도예가들 - 출처: 은하 힐 작가 제공 >


캐나다에는 토론토를 비롯해 해밀턴, 미시사가, 런던, 브랜포드, 벌링턴 등 지역마다 도예 조합(Pottery Guild)이 잘 마련돼 있다. 다양한 지역에서 신청을 받아 한국을 방문했던 캐나다 도예가들은 한국 도예의 깊이 있는 아름다움과 발전된 기술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2주를 머물며 경험한 템플(Temple)을 비롯해 노래방에서 보낸 즐거운 추억들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다섯 명의 한국 도자기 명장이 캐나다를 방문했을 때 양각, 음각 , 투각 등 다양한 전통 기술을 처음 접한 캐나다 도예가들은 "자신들이 마치 유치원생인 듯 느껴졌다."며 특히 "작업을 지켜볼 때는 소름 돋는 경외감 마저 들었다."고 언론을 통해 언급하기도 했다.

양국은 각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을 포함해 현지 박물관과 명소로 방문자들을 초대하고는 했다. 이처럼 은하 힐 작가가 시작한 도자기를 중심으로 한 민간교류는 양국을 오갈 때마다 다양하고 폭넓은 문화교류를 이끌어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각 국의 봉쇄 조치가 완화되면서 다시 양국을 오가는 교류를 계획하고 있다. 오는 8월 27일 이천 김성태와 강화수 명장과 함께하는 '한국 도자기 여행길'에는 열다섯 명의 캐나다 도예가들이 함께 할 예정인데 한국 도자기 문화 프로그램은 2월 초 신청을 받자마자 마감됐다고 한다.


< 캐나다를 방문해 콘퍼런스를 진행한 다섯 명의 한국 명장들 - 출처: 'Ceramic Arts Network' >

< 캐나다를 방문해 콘퍼런스를 진행한 다섯 명의 한국 명장들 - 출처: 'Ceramic Arts Network' >


화려함과 실용성을 중요시 여기는 캐나다 도예 스타일과 달리 한국은 단순하고 담백하나 깊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은하 힐 작가는 이 두 가지를 결합해 자신의 작품을 개발하고 있다. 해밀턴 자택에 따로 마련된 거대한 작업실에는 연꽃을 비롯한 다양한 한국적인 미를 시도한 다양한 작품들이 가득했다. 도예에 대해 전혀 모르는 통신원을 위해 도자기 만드는 법부터 건조를 위한 가마와 성형틀, 진흙, 물레 등을 설명했다. 자신의 작품과 한국 명장들의 작품들을 소개할 때면 자신감과 열정으로 가득 찬 모습이다. 최근 그녀의 작품은 '해밀턴 도예 길드 50주년 기념'으로 영구 소장품으로 보관됐다. 또한 워터다운 공방에서는 도예에 입문한 80여 명의 캐나다인들에게 끊임없이 한국 도자기의 기법을 가르치고 있다.


< 은하 힐 작가의 자택 작업실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 은하 힐 작가의 자택 작업실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 은하 힐 작가의 자택 작업실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물레 위의 진흙에 물을 적셔가며 원통을 만들고 엄지손가락으로 중간을 눌러 깊이를 만들어 가는 도자기 제작 과정은 시간의 더딤을 견뎌내야 한다. 천천히 흙의 두께와 깊이를 손으로 직접 만져가며 만드는 과정처럼 민간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교류를 기반으로 양국의 문화교류가 더욱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은하 힐 작가 제공
- 《Ceramic Arts Network》 (2017. 4). Idea Exchange: Korean Masters,  https://ceramicartsnetwork.org/ceramics-monthly/ceramics-monthly-article/Idea-Exchange-Korean-Masters-155148#







고한나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약력 :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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