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人터뷰] 한국문학 전문 번역가 햐신타 루이사
구분
문화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3.03.02

[특별人터뷰] 한국문학 전문 번역가 햐신타 루이사(HYACINTA LOUISA)


흔히 번역가는 두 세계를 잇는 일을 한다고 말한다. 다른 문화와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의 문학작품과 독자들을 이어주는 일이라니. '언어의 마술사'가 떠오른다. 무대에 드리워진 자줏빛 커튼을 열어젖힌 지 6년 차 한국문학 프로 번역가와 코트라 자카르타 무역관으로 일하는 햐신타 루이사 번역가님을 인터뷰했다.


번역가 루이사


Q. 안녕하세요! 루이사 번역가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햐신타 루이사라고 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저를 루이사라고 불러요. 제가 아직 프로는 아니고, 저보다 더 잘하시는 번역가들이 많이 계시는데 이렇게 번역가로 재외동포재단 교육사이트 ‘스터디코리안’과 인터뷰까지 하게 되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저는 반둥에 있는 Parahyangan Catholic University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고 2016년에 서강대학교 국제한국학과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습니다. 일 년 뒤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중소기업, 한인 단체, 그리고 공연기획회사에서 일한 적도 있고 프리랜서로 연구 보조와 통번역 일도 했습니다. 기업 미팅, 정부 프로젝트, 전시회, 문화행사 등 다양한 분야의 통역을 하며 기업 서류, 영상물, 도서 등을 번역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살다 보니 기회가 생겨 지금은 KOTRA 자카르타무역관에서 좋은 분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코트라에서~


Q. 번역가로 일하시며 햇수로 3년 차 코트라 자카르타 무역관으로 근무하시는데 코트라에서 하시는 직무를 소개해 주세요.
지금은 KOTRA 자카르타 무역관에서 행사, 스타트업, 그리고 기업 ESG 지원 사업을 맡고 있습니다. 주요 업무는 인도네시아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기업 대상 비즈니스 매칭 행사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업무입니다. 2023년부터는 제가 스타트업과 기업 ESG 지원 사업을 맡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스타트업과 ESG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재미있고 흥미롭게 일하고 있습니다.


행사참여


Q. 그동안 번역했던 작품들을 소개해주세요.
제가 [하루출판사]라는 동아시아 번역 작품을 출판한 출판사와 제일 많이 작업했는데요, 첫 작품은 바로 소설 [김비서가 왜 그럴까 1, 2]였습니다. 드라마로 만들었던 작품이어서 인도네시아에서 인기가 많죠. 그 이후에는 소설 [설렘 주의보], 에세이 [달의 조각],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소설 [뼈], 에세이 [말의 내공],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에세이 [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 소설 [불편한 편의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설 [봉순이 언니]입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작품을 번역한 이후로 대중들이 더 많이 알아보시는 데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에서도 온라인 특강과 북토크 같은 다양한 행사에 저를 초청해주고 좋은 기회를 주셔서 너무 기쁩니다. 또한 나태주 시인님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를 번역할 때 인도네시아 유명 신세대 시인인 Adimas Immanuel님께서 감수를 맡으셨는데, 같이 작업할 소중한 기회도 얻었습니다.



번역가가 번역한 책


Q. 처음 번역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요? 번역가 준비 과정은 어떻게 하셨나요? 번역 관련 세미나에 다니셨는지, 학원 전문 번역 프로그램 다루는 법을 배우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독서를 좋아했어요. 2017년 말에 한국어능력시험 점수가 나와서 출판사에 이력서를 보내 봤어요. 번역하면 한국어를 계속 연습할 수 있고 수준 있는 한국어책도 읽을 수 있어서 일석이조라고 생각해서 신청했어요. 당시에 한국 소설 [홍천기]의 다섯 페이지를 받아서 번역해야 하는 테스트를 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합격해서 바로 첫 번째 책을 번역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처음에는 도서 번역 세계에 대해 아예 몰랐습니다. 그렇지만, 어렸을 때 [해리포터] 시리즈의 번역 도서를 즐겨 읽었던 추억이 있어, [해리포터] 번역가님이 저에게 즐거움을 전해주는 것처럼, 저도 한국 도서를 번역해서 많은 인도네시아 독자에게 즐거움과 감정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Q. 2017년부터 [김비서가 왜 그럴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불편한 편의점], [봉순이 언니] 등의 유명한 작품을 분석한 '번역가님의 서재'가 궁금합니다.

책은 좀 다양하게 읽는 편입니다. 책은 본가에 많이 있는데 지금 사는 방에 있는 책은 주로 한국어 소설, 번역 소설, 그리고 에세이입니다. 요새는 시간이 여유롭지 않아 못 읽은 책도 많고, 심지어 포장 비닐을 아직 뜯지 못한 책도 있어요. 근데 제가 읽은 책 중에,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이라는 책이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무브 투 헤븐]을 봤는데 너무 감동적이어서 원작을 구입했습니다. 세상을 떠난 분들의 유품을 통해 그들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알려주는 책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자신을 돌아보면서 주변 사람들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그리고 작년에 한국 갔다 와서 [불편한 편의점 2]도 구입했습니다. 올해 안에 꼭 다 읽고 싶네요.

Q. 번역가로서의 나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저는 '병아리'입니다. 원래 한국어학과 학생이 아니고 번역 수업이나 학원에 다녀본 적이 없어서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어요. 저보다 더 대단하고 경력이 많은 번역가가 있는데 저도 그분들처럼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배우고 연습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더 성장하고 싶고 더 좋은 번역 작품을 내고 싶습니다.


인터뷰1


Q. 취미가 독서인가요? 여쭤보면 너무 빤한 질문일까요? 번역가님의 취미 생활을 공개해 주세요.
어렸을 때는 독서를 제일 좋아했는데 지금은 다른 취미 생활도 즐기고 있습니다. 요새 OTT 플랫폼에서 재미있는 드라마와 영화가 많이 나와서 틈틈이 보기도 하고, 미술관도 특별 전시 있을 때마다 찾아가고, 스포츠 경기도 즐겨보는 편입니다. 작년에 FIBA 아시아컵에서 대한민국 농구 국가대표팀이 인도네시아로 왔는데 빠짐없이 매 경기 봤어요. 아, 그리고 제가 아이돌 세븐틴을 좋아하는데 세븐틴 노래 듣고 동영상 보면 힘이 나서 자주 즐기는 편입니다.


번역가2


Q. 번역가도 번역기를 사용하는지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네, 저는 개인적으로 파파고와 구글 번역기를 사용하는데, 제가 번역한 문장과 번역기가 번역한 문장을 비교하면서 수정하는 과정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Q. 번역가로 보람을 느끼거나 현타를 느끼실 때는 언제인가요?
사람들이 책을 읽은 후 작성한 후기 볼 때 보람을 가장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SNS에서도 저를 태그 하거나 쪽지 보내주신 분들이 몇 분 계시는데 "좋은 책 번역해줘서 고맙다."라는 메시지를 보면 늘 뿌듯합니다. 그리고 작년에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에서 15명의 독자와 함께 [꽃을 보듯 너를 본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독자들의 번역 시를 읽을 때 들은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면서 번역가로 보람을 많이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현타는, 번역비가 입금되는 날에 가장 많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웃음) 한 3년 전에 [한국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한번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인도네시아에서 도서 번역은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 아닙니다.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해 받는 번역비는 만족스럽지 않은 액수이기 때문이죠. 다른 나라 번역가들의 현실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번역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번역가들이 적절한 대우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Q. 번역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역량과 마음가짐은 무엇일까요?
번역가가 되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필요한 역량은 바로 어학 능력이죠. 두 언어를 잘 이해하고 정서를 잘 알아야 글 안에 숨긴 감정을 목적 언어로 잘 표현할 수 있어요. 그리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해야 헌다고 생각해요.

Q.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연마해야 할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끈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는 본업이 있고 번역은 그냥 제가 좋아서 하는 것인데 가끔 밤늦게까지 번역할 때는 문득 '내가 왜 이거 해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나요. 좋아서 하게 된 일이 부담되는 순간 하기 싫어질 수도 있고 끈기 없이는 극복 못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또, 출판사와 약속이 있기 때문에 책임지고 끝까지 잘 번역해야 그 좋은 책을 더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어요.
그리고 번역가로 성장하려면 상황에 맞는 유연성과 조금의 고집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통 편집 절차에 제가 많이 경험한 일인데, 편집자나 감수인의 의견도 따라 할 때도 있지만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편집자도 있기 때문에 원본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도록 제 의견을 밀어붙여야 할 때가 많아요.(웃음)

Q. 번역 일을 선택하실 때 어떤 기준으로 고르시는지요?
그동안 출판사에서 저에게 제안한 책을 모두 번역했는데 전부 수준급의 책들이었어요. 하지만 이제 10권 이상 같은 출판사에서 번역했는데 제가 하고 싶은 장르를 출판사에 이야기도 하고, 출판사가 제안한 책에 대해 조사도 해보고 결정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제가 전에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었는데 또다시 슬럼프에 빠지지 않도록 스트레스 유발할 수 있는 책은 되도록 안 하려고 해요. 좋아서 하는 일이 부담이 되면 안되니까요.

Q. 코트라 자카르타 무역관으로 근무하시며 동시에 번역 일을 하기 쉽지 않으실 텐데 번역 일이 들어오시면 어떤 스케줄로 번역 작업을 진행하시는지요?
주중에 퇴근 후 한 3~4시간 정도 하고 주말에 집중적으로 하는 편입니다.

Q. 가장 애착이 가는 번역 작품은 어떤 것인가요?

제가 원래 수사물을 좋아해서 아무래도 정미진 작가님의 [뼈]라는 소설에 애착이 많이 가는 것 같아요. 번역하는 내내 책에 몰입되었고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리고 최근에 번역한 김호연 작가님의[불편한 편의점]도 애착이 많이 가는 작품이에요. 번역할 때 힐링 되는 느낌도 났고 편집 과정이 너무 재밌었어요. 예를 들어 소설 속에 JS(진상)라는 표현이 있는데 인도네시아어로 어떻게 번역해야 재밌을까 편집자와 의논하는 과정이 흥미로웠어요.

Q. 현재 번역하시거나 다음 번역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한국 아동문학 쪽에서 계속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요. 마침 저도 아동문학을 번역한 경험이 없어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요새 인도네시아에서 아기상어, 꼬마버스 타요, 뽀로로 등 다양한 한국 아동 콘텐츠가 많이 유명해졌는데 한국 아동문학을 인도네시아에 소개하는 것이 더욱더 뜻깊은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만약에 진짜 하게 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그 전에 아동문학에 관해서 공부하고 연구해야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으면 새로운 힘이 생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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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18년 제2회 [적도문학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으셨는데 글쓰기를 계속 하고 계신가요? 번역가님 개인 책을 집필하실 계획도 있으신가요?
2018년 제 글이 [자카르타경제신문]의 [수필산책] 코너와 재인도네시아 한인회에서 발간하는 월간지[한인뉴스]에 여러 차례 실렸습니다. 2019년 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에서 주관한 [제1회 인도네시아 한글사랑 디카시 공모전]에 최우수상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20년 4월호 월간 [모던포엠]에 제 창작 시 [분홍장미]가 수록되었어요. 지금은 글쓰기를 많이 못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두 개 언어로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싶어요.


번역가3


Q. 존경하는 번역가가 있으신지요?
한국어 번역가는 아닌데 제가 외국책을 처음으로 읽게 해 주신 (故) Listiana Srisanti [해리포터] 번역가님 정말 존경합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 한국문학번역상 수상하신 Ingliana Tan 번역가님, 그리고 제가 친분이 있는 한강 작가님의 소설을 번역하신 Dwita Rizki 번역가님도 제가 존경하는 한국어 번역가 선배님이자 롤모델입니다.

Q. 프로 번역가란? 정의를 내려주세요.
프로 번역가는 독자의 입장을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단순히 글을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번역해야 원본의 감정을 독자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작업하는 것이 프로 번역가입니다.

Q. 앞으로의 인생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려고 준비 중입니다. 장학금을 받아야 갈 수 있는데 최대한 잘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학원 장학금 받을 수 있다면 한국에서 국제경영학을 더 깊이 공부해서 인도네시아와 대한민국 간의 협력과 교류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Q. 번역가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번역가는 문학, 도서 번역뿐만 아니라 서류나 영상 번역도 있습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지속해서 도전하는 정신을 가지시는 분들은 번역가의 길을 한번 시도해 보세요. 번역 일을 하면 독자들에게 좋은 도서를 소개할 수 있는 뜻깊은 일을 할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더 넓은 세계를 만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번역가4









이영미
 인도네시아 이영미
 부산영어방송 통신원
 한인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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