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캄보디아에서 울려 퍼진 국악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02.28

서도소리의 대가 이문주 명창이 이끄는 전통국악공연예술단이 캄보디아를 찾았다. 지난 2월 14일 오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한캄협력센터(CKCC) 다목적홀에서 열린 '한국전통국악 캄보디아 특별공연'은 그야말로 진수를 보여준 잊지 못할 훌륭한 공연이었다. 또한 이 공연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3년 넘게 한국의 문화예술 공연에 목말랐던 애호가들과 교민들의 갈등을 단번에 씻어주는 신명나는 한판이기도 했다.


<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한캄교류센터(CKCC)에서 펼쳐진 한국전통국악 한마당 - 출처: 통신원 촬영 >

<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한캄교류센터(CKCC)에서 펼쳐진 한국전통국악 한마당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문주 국악예술단(단장 이문주)이 기획하고 캄보디아한인회와 주캄보디아한국대사관의 공동후원으로 개최된 특별공연에는 박정욱 주캄보디아대사, 정명규 한인회장, 김준경 한인섬유협회장, 박광복 대한노인회 지부장 등 교민사회 주요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공연을 앞두고 600여 객석은 프놈펜 현지 교민들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음악에 관심을 가진 캄보디아 현지 대학생들로 가득 찼으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 이문주 국악예술단의 공연 - 출처: 통신원 촬영 >

< 이문주 국악예술단의 공연 - 출처: 통신원 촬영 >


본 공연에 앞서 박정욱 주캄보디아한국대사가 축사에 나섰다. 박 대사는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한국과 캄보디아 양국 간의 교류가 쉽지 않았다.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캄보디아 국민들과 우리 대한민국 교민들이 함께 모여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무척 기쁘다. 앞으로도 양국의 우호증진과 문화교류를 위해 우리 대사관은 더욱 관심을 가질 것이다. 다양한 공연과 행사를 통해 한국문화와 예술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가운데 양국이 마음의 벽을 허물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축사에 나선 박정욱 주캄보디아한국대사 - 출처: 통신원 촬영 >

< 축사에 나선 박정욱 주캄보디아한국대사 - 출처: 통신원 촬영 >


정명규 캄보디아한인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유대용 국악인의 사회로 드디어 본격적인 무대의 막이 올랐다. 이번 공연에는 이문주 공연예술단뿐만 아니라 이예숙 제주혼디국악예술단과 박공숙 도라산예술단도 함께 찬조 출연해 신명나는 무대를 펼쳤다. 첫 순서로 이문주 국악예술단 소속 황해도 무형문화재 제3호 서도산타령 이수자인 차은경, 이순영, 김나영, 김범순, 박영애, 박완숙 이수자의 무대가 시작됐다. 이어 서도민요로 알려진 <농부가>와 <사설난봉가>가 펼쳐졌고 박공숙 예술단이 나서 <양산도>, <태평가>, <한강수타령> 등의 경기민요를 차례대로 선보였다.


< 이문주 국악예술단의 공연 - 출처: 통신원 촬영 >

< 이문주 국악예술단의 공연 - 출처: 통신원 촬영 >


다음 순서로 제주혼디공악예술단(단장 이예숙) 소속 단원들이 제주물허벅춤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어 김범순 명창과 박영애 명창이 무대에 나서 신명나는 <매화타령>과 <군밤타령>을 불렀고 경쾌하고 흥겨운 한국의 전통음악을 처음 접한 현지 관객들은 어깨를 들썩이고 장단에 맞춰 박수를 치며 크게 환호했다. 마지막 순서로 황해도 무형문화재 제3호 서도산타령 중 마지막 소리인 <경발림> 사설로 무대를 장식하며 특별공연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끝으로 이번 공연을 총괄 기획한 이문주 명창이 공연예술인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뜨거운 박수 속에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문주 명창은 서도소리꾼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서도소리란 황해도와 평안도에서 전문 명창들에 의해 전승된 전통 성악을 말한다.


< 이문주 국악예술단의 공연, 아리랑을 전통무용으로 연출한 작품 - 출처: 통신원 촬영 >

< 이문주 국악예술단의 공연, 아리랑을 전통무용으로 연출한 작품 - 출처: 통신원 촬영 >


공연 소감을 묻은 질문에 이문주 명창은 "캄보디아에 온 지는 4일쯤 됐다. 그 사이 앙코르와트도 다녀왔는데 과거 킬링필드를 겪은 캄보디아 국민들에게도 우리처럼 한이 서려 있음을 느꼈다. 힘들고 가난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 혹은 가족들이 가진 아픈 정서를 치유하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이자 몸부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받은 아픈 영혼들을 아름다운 한국 음악으로 위로해 주며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여행 내내 들었다."고 말한 뒤 "오늘이 평일임에도 한국의 국악을 감상하기 위해 온 분들이 많아서 놀랐다. 우리 국악을 처음 경험한 현지인들마저 흥에 겨워 어깨를 덩실거리고 박자에 맞춰 함께 호흡하는 모습을 보니 음악은 장르나 유행에 상관없이 국경을 넘는 '만국의 언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기나긴 코로나19의 터널을 지나느라 그동안 우리도 제대로 해외 무대에 나서지 못했다. 이번 캄보디아 방문이 우리의 아름다운 가락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인 이문주 명창은 입창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서도12좌창 완창 CD를 발매한 바 있다. 서도좌창은 앉아서 부르는 전문가 소리를 말한다. 공명가, 사설공명가, 초한가, 배따라기, 영변가, 봉황곡, 관동팔경, 제전, 장한몽, 초로인생, 전장가, 향산록 총 12곡으로 구성돼 있다. 완창에 소요되는 시간은 무려 2시간에 이른다. 이문주 명창은 완창 발표회도 여러 차례 가진 바 있다. 국악인으로는 드물게 고신대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목회자가 돼 2022년에는 한국국악신학원을 설립했다.

그는 1974년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예능보유자 고 김정연 선생에게 발탁돼 문하에 들어가 서도소리를 익혀 1986년 서도소리 이수자가 됐다. 또한 이문주 명창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육군부대 국군교회 담임목사로 22년간 사역했고 이번 공연은 과거 같은 국군교회에서 함께 목사로 재직했던 노영실 캄보디아 선교사의 주선으로 성사됐다.


< 캄보디아 특별공연을 기획한 이문주 명창의 감사 인사 - 출처: 통신원 촬영 >

< 캄보디아 특별공연을 기획한 이문주 명창의 감사 인사 - 출처: 통신원 촬영 >


공연 감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프놈펜왕립대학교에 재학 중인 킴 소포온(22) 학생은 "사실 한국인들의 도움으로 고등학교 시절 사물놀이를 배운 적이 있다. 오늘 관람한 공연은 그동안 들어온 한국의 대중음악과 전혀 다르고 새로워 놀랐다. 특히 그들의 목소리와 가창력은 특이하면서도 대단하다. 케이팝 말고도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가 있다는 사실이 솔직히 부럽다. 과거 캄보디아도 고대 앙코르제국부터 이어온 다양한 문화예술이 있었는데 1970년대 킬링필드를 겪으며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다. 우리에게도 옛 문화를 복원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제주혼디국예술단의 제주물허벅춤 - 출처: 통신원 촬영 >

< 제주혼디국예술단의 제주물허벅춤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편 본 공연을 후원한 정명규 캄보디아한인회장은 "케이팝의 열기로 현지에서도 한국의 대중음악은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한국의 전통음악을 듣게 될 줄은 우리 스스로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번 공연은 코로나19로 인해 지속된 경기침체로 힘든 시간을 보낸 우리 교민들에게 마음의 위안이 되는 특별한 공연이자 감동 그 자체였다. 신명나는 국악한마당을 펼친 이문주 명창과 국악인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또한 캄보디아인들에게 한국의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를 소개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전통국악단과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유지해 내년에도 방문 공연을 갖기로 합의했다. 내년에는 보다 다양한 공연을 준비해 동남아 지역 국민들에게 국악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 캄보디아 특별공연을 마친 후 이문주국악예술단과 관계자들의 기념촬영 - 출처: 통신원 촬영 >

< 캄보디아 특별공연을 마친 후 이문주국악예술단과 관계자들의 기념촬영 - 출처: 통신원 촬영 >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박정연

성명 : 박정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캄보디아/프놈펜 통신원]
약력 : 현) 라이프 플라자 캄보디아 뉴스 매거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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