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경제 위기의 아르헨티나, 2만여 한인 동포들의 현 상황
구분
사회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3.02.27

올해 1월 아르헨티나의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약 98.8%이다. 살인적인 인플레를 통제하기 위한 정부의 연이은 기존 금리 대폭 인상, 그런데도 현지 경제는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서민들의 주머니는 날로 얇아지고 있다. 정부의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단행하고 있는 통화 팽창과 페소(Peso)의 가치 하락, 코로나바이러스와 원자재 가격의 급등을 불러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 그간의 여러 경제 장관의 사임과 구체적인 경제 정책 없이 표류 중인 정부와 국민들, 이들과 함께 아르헨티나엔 한인 동포 2만여 명이 부에노스아이레스시 아베쟈네다 지역에서 터전을 일구며 살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시 아베쟈네다 지역


1984년 아르헨티나로 이민 온 1.5세대로 치과의사, 전문인 그리고 현 재아상인연합회 회장과 옥타(OKTA, 세계한인무역협회) 부에노스아이레스 지부장을 맡고 있는 박한준 회장에게 현 아르헨티나 상황과 동포 사회 그리고 차세대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제공: 박한준 회장

사진 제공: 박한준 회장


Q: 한국에서도 연일 아르헨티나의 높은 인플레, 경제 위기 그리고 불안한 정국 등에 대한 소식들이 많이 전해지고 있는데요. 실질적으로 보셨을 때 아르헨티나 현 경제 상황은 어떠한가요?
현재 아르헨티나 경제적 상황은 국가적 경제 정책의 실패로 치솟는 물가와 고금리 그리고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곡물 수출의 어려움이 더해져 대외적 리스크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욱더 악화한 양극화 현상으로 늘어난 극빈자 계층(국민의 약 40%가 극빈자층으로 예상) 그리고 사회적 불안과 치안 불안이 증가한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속해서 떨어지는 화폐의 가치로 인해 국가 부도 직전의 상황이라고 진단할 수 있습니다.

Q: 재아상인연합회(이하 상연회) 회장을 맡고 계시는데 아르헨티나 한인 동포들의 경제 현황은 어떠한가요?(한인 상권 현황, 규모 등)
현재 한인 상권 규모는 상연회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아르헨티나 여성 의류 시장의 약 65%를 한인이 점유하고 있으며 아베쟈네다 의류 도매시장에서 1,500개의 점포를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연 매출 규모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을 보자면 약 20~25억 불 규모로 추산됩니다.

하지만 코로나 방역 조치로 인한 업장 폐쇄 이후 몰고 온 변화로 인해, 온라인 판매 등의 판매 방식 변경으로 인한 매출의 급변, 그리고 대외적 리스크로 인한 경제 불황의 여파로 상당히 안 좋은 양상을 보이고 있고, 약 5,000명의 한인이 제3국 혹은 본국으로 역이민했으며 현재 약 23,000명의 한인이 아르헨티나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시 아베쟈네다 지역1


Q: 한인 동포들의 아르헨티나 이민은 1960년대 농업 이민을 통해 시작되었는데요. 초창기 한인 동포들의 경제 상황과 현 상황은 어떻게 차이가 있을까요?
초창기 한인사회 때는 일단 아르헨티나가 한국보다 더 잘 살았던 관계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하여 이민 오신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당시 동포분들은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고 자금 회전이 빠른 의류 시장에 가족들의 희생이 필요한 의류업에서 값싼 노동력과 성실을 바탕으로 오늘날 내수 여성 의류 판매의 65%를 점유하게 되었고 그 후 초창기 영세성에서 벗어나 현재는 중소기업 형태의 의류 시장을 완성하게 되었으며 자본의 축적으로 다방면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시 아베쟈네다 지역2


Q: 그만큼 현재 아르헨티나 동포 사회는 경제적으로 많이 성장했다고 보는데요. 경제적 성장과 더불어 현지인들이 보는 한인의 이미지도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다고 보시나요?
우리 동포사회의 발전은 조국인 대한민국의 발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한인 동포들의 이민 초창기 시절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백인 우월주의의 이곳 아르헨티나에서 수많은 편견과 차별 속에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가 생소했던 현지인들의 분위기가 있었다면, 이제는 대한민국의 발전으로 인하여 훨씬 더 우호적이고 부러움의 대상으로 자리 잡았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5년 전부터 시작된 한류와 삼성, LG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의 현지 진출로 현지인들의 분위기가 상당히 우호적으로 바뀌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Q: 현지 사회에 한인 동포들이 많이 협력하고 동화되어 있다고 보시는지요? 대부분의 1~1.5세대는 그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지 않나요? 그 외 차세대는 어떠한지요?
아직은 한인 동포들이 의류 시장을 제외한 각 분야에서 성공하기는 어렵겠지만 점차 이중언어 사용에 어려움이 없는 세대가 점차 한인 동포 사회에서 주류로 성장하고 있으며 의류업 외에도 건축업, 수입 유통업, 분야별 전문직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으며 인터넷의 발전으로 대한민국의 콘텐츠 등이 거부감 없이 유행하며 그에 따라 현지 사회에서도 정치, 문화, 언론 분야의 진출이 일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민 사회에서 현지 주류 사회로의 진출은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주류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을 이기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의 정책적 도움과 관심이 필요하고 또한 동포사회의 지원과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의 결실보다는 10년, 30년, 100년을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현지 정부와 한인 동포 사회가 어떠한 협력을 해야 더 나은 한인 사회를 이룰 수 있을까요?
현지 정부가 한인 동포 사회를 보는 시각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동방의 어느 곳에 있던 나라인지 별 관심이 없었다면, 이제는 IT 강국에 수많은 다국적 기업이 있고 이로 인해 국가 간 거래에서 많은 지원을 바라고 있는 것이 현 아르헨티나 정부의 입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대한민국은 장기적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양국 간의 관계를 유지 발전시켜야 할 것입니다. 어찌 되었든 아르헨티나가 자원의 부국인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고, 자원이 거의 없는 대한민국은 앞으로 세계적으로 문제가 될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난과 자원 위기에 능동적인 정책을 펼쳐 현지 동포들의 전문성을 살려 서로가 같이 발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Q: 그런데도 아직 현지 의류 도소매업에 한인들 대부분이 매진하고 있는데요. 왜 다른 분야로의 동포들의 진출이 어려울까요?
다른 분야로의 진출에는 항상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항상 개척에는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듯 교민사회도 일정 부분의 자본이 축적된 이후에서야 비로소 활발하게 다른 분야의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당연히 지금 한인 동포 사회는 1세대가 거의 끝나가고 있으며 이제 주류는 1.5~2세대로 좀 더 활발하게 다른 업종의 진출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의류업에 한인 동포들이 매진하고 있는 이유는 첫 번째, 빠른 자금 회전, 두 번째, 시스템과 인프라가 이미 갖추어진 관계로 언어의 불편함 없이 한인이라면 바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점으로 자본축적이 아직은 의류업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Q: 차세대 한인 동포들이 의류업 외에 타 업종으로 진출하는 경우는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요? 의류업 외에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차세대 동포가 있나요?
타 업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현지화가 필요하며 시장 개척에 따른 리스크를 감내해야 합니다. 현재 저도 렌즈 수입 유통을 하고 있지만 기존 영업망을 신설하고 확충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거기다 의류 도매상에서는 크게 필요 없었던 금융 지식의 필요성이나 이곳 아르헨티나에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버리는 데에도 큰 노력이 필요하였습니다.

그 외 피보디(PEABODY)란 가전제품 회사로 성공하고 있는 한인이나(1.5 세대)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한 의류 사업, 그리고 아르헨티나 축산과 농업 부문에서도 점차 한인들이 선구자적인 역할로 진출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Q: 차세대 동포들이 현지 사회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려면 동포 사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한인 동포사회는 일단 의식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플랜을 보고 투자할 수 있는, 사업가로서 회사를 키우며 공익을 위할 수 있는 마음가짐, 비록 경제적인 이유로 이민을 왔을지라도 돈만 벌면 된다는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고 과연 아르헨티나에서 우리는 어떤 정체성을 가지며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며 현시대에 발맞추어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다방면으로의 진출을 장려하여야 할 것입니다.






정덕주
 아르헨티나 정덕주
 부에노스한글학교 교사
 프리랜서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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