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멕시코에서 활동 중인 꼬레아띠뜰란 소프라노 장혜영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04.06

지난 2월 22일 디에고리베라벽화박물관(Museo Mural Diego Rivera)에서 소프라노 장혜영과 꼬레아띠뜰란(Coreatitlán)의 앙상블 콘서트가 열렸다. 통신원은 해당 공연에서 멕시코와 한국의 음악이 조화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아 소프라노 장혜영를 만났다.


< 멕시코에서 활동 중인 소프라노 장혜영 씨 - 출처: 통신원 촬영 >

< 멕시코에서 활동 중인 소프라노 장혜영 씨 - 출처: 통신원 촬영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소프라노 장혜영입니다. 대학교 시절 문예창작학과를 다니며 음악 활동을 하다가 음대로 학사 편입해 피아노를 전공했습니다. 음악학사를 따는 수준까지는 자신이 있었지만 전문 음악인이 되기에는 진입 장벽이 많은 것 같아 방향을 바꿔 다른 일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라틴아메리카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돼 국비장학생 시험을 통해 멕시코시티 이베로아메리카나대학교(Universidad Iberoamericana) 철학 박사과정에 진학했습니다. 국비장학생 과제는 라틴아메리카 문화를 공부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문화 이론을 다루는 철학과로 들어가 호세 바스콘셀로스 등 20세기 초 라틴아메리카 지성인들이 꿈꾸던 이상적 사회에 관한 논문을 썼는데 그때부터 음악을 다시 하기 시작했습니다. 멕시코에서는 월세를 내는 자취생이라 피아노를 사지 못해 주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노래 쪽으로도 학위가 필요하다 싶어 멕시코에서의 공부를 끝내고 한국에 돌아가 백석대학교 대학원 성악과에서 성악석사를 땄습니다. 이후 멕시코의 친구들과 '꼬레아띠뜰란'을 결성해 한국과 멕시코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22일 디에고리베라벽화박물관에서 개최됐던 '사랑의 꿈' 음악회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저는 주로 한국의 방학 기간인 1~2월, 7~8월에 멕시코를 방문하는데요. 2월은 사랑과 우정의 날인 밸런타인데이가 있어서 '사랑과 우정'을 콘서트의 테마로 잡았습니다. 그동안은 멕시코와 한국의 우정에 더 초점을 맞췄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리스트의 가곡이자 피아노곡인 <사랑의 꿈>의 이름을 빌려 다양한 각도에서 사랑에 관한 노래를 선보였습니다. 예를 들면 입대하는 청년이 친구들과 부모님, 고향, 젊은 날의 시간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이등병의 편지>도 넓은 의미에 사랑의 노래로 분류했습니다.

이번 '사랑의 꿈' 음악회 시리즈는 총 세 곳에서 진행했습니다. 멕시코시티 외곽에 있는 멕시코주(Estado de Mexico)의 떼뽀뜨소뜰란(Tepotzotlan)에 있는 국립부왕청박물관(Museo Nacional del Virreinato), 러시아 출신 화가 블라디(Vladímir Víktorovich Kibálchich Rusakov)의 벽화가 유명한 멕시코시티의 미겔레르도데테하다도서관, 그리고 디에고리베라벽화박물관입니다.

먼저 국립부왕청박물관은 황금빛 바로크 장식이 휘황찬란한 성 프란시스코 하비에르 성당을 끼고 있는데 황금 장식들이 아름다운 음향을 만들어냅니다. 미겔레르도데테하다도서관도 멕시코 혁명기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고풍스러운 건물입니다. 콘서트는 부속된 예배당에서 진행돼 음향이 아주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디에고리베라벽화박물관은 <알라메다 공원의 일요일 오후의 꿈>이라는 디에고리베라의 기념비적인 벽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입니다. 멕시코 역사의 여러 인물이 알라메다 공원에 모인 것을 표현한 벽화에는 쿠바의 독립운동가 이자 시인이었던 호세 마르티, 리베라의 전 부인이었던 프리다 칼로, 포사다의 유명한 해골 부인 캐릭터 라 까뜨리나(La Catrina)에 대한 오마주까지 묘사돼 있습니다. 그 아름다운 벽화 앞에서 노래할 수 있어 큰 영광이었습니다.


< (좌)소프라노 장혜영 씨, (중앙)통신원, (우)페르난도 가르시아 씨 - 출처: 통신원 촬영 >

< (좌)소프라노 장혜영 씨, (중앙)통신원, (우)페르난도 가르시아 씨 - 출처: 통신원 촬영 >


어떻게 멕시코에서 음악 활동을 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라틴아메리카 문화를 공부하기 위해 멕시코에 왔는데 책만 파고들었을 뿐 진정한 문화를 경험하거나 공부하지는 못했습니다. 학위 논문을 마무리할 때쯤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 다니던 대학에 부설된 음악 강좌를 들었습니다. 해당 강좌에서 음악인들과 수강생들을 알게 됐습니다. "그들과 한 팀을 이루어 저는 멕시코 음악을 연주하고, 그들은 한국 음악을 연주하며 하나가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문화 교류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멕시코에 처음 왔을 때부터 국립음대나 음악원에 진학하는 것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국비장학생의 수학 기준에 맞지 않았고 피아노도 구매할 수 없었기 때문에 포기했죠. 멕시코에서의 공부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갈 시점에 제가 원하던 음악을 함께 할 멕시코 친구들을 만난 것이죠. 이에 음악 앙상블 팀을 구성해 멕시코에서 연주회를 여는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 소프라노 장혜영 씨와 멤버 페르난도 가르시아 씨 - 출처: 통신원 촬영 >

< 소프라노 장혜영 씨와 멤버 페르난도 가르시아 씨 - 출처: 통신원 촬영 >


함께 활동하는 멕시코 멤버들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모두 이베로아메리카나대학(Universidad Iberoamericana)에서 만난 사이입니다. 피아니스트인 에릭 코바루비아스는 국립음악원을 나온 인재로 이베로아메리카나대학교의 피아노 강좌에 출강하며 서로를 알게 됐습니다. 타악기와 리코더, 음악 편곡과 공연 주선 등 많은 부분을 맡고 있는 페르난도 가르시아는 이베로아메리카나대학 커뮤니케이션학 전공이었지만 지금은 국립음악원에 입학해 작곡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화원에서 개최한 아리랑콩쿠르에서 살사 리듬의 강원도 아리랑을 편곡 및 작곡해 3위에 입상한 바 있죠. 어쿠스틱 기타와 노래를 맡고 있는 미겔 아리스멘디는 예수회 신학생이었는데 파계 후 이베로아메리카나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며 음악 활동도 하던 중 서로를 알게 됐죠. 고생 끝에 이제는 한국어로도 노래를 잘 부릅니다. 기타리스트인 후안 라몬 이슬라스도 멤버인데 올해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일하게 된 관계로 활동을 쉬고 있습니다.

멕시코에서 음악 활동을 하며 느끼신 공통점과 차이점이 궁금합니다.
음악의 차이를 이야기하자면 한국 음악은 정서 표현이 서정적입니다. 절제하면서도 그 속에서 감정을 녹여 표현하죠. 그렇지만 멕시코 음악은 슬픔, 기쁨 등을 마음 편하게 다 표현하는 편입니다. 저만의 의견이 아니라 동료들도 "한국 음악을 부르거나 연주할 때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는 내면의 감정이 잘 느껴진다."고 합니다. 곡 자체는 정서나 감정을 강하게 표현하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보편적 정서를 공유하는 것이죠. 이에 반해 멕시코 음악의 경우에는 굳이 절제하지 않고 표현하고자 하는 만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곡이 많죠. 그렇지만 표현 방식이 다를 뿐, 담겨있는 정서나 주제는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연인에 대한 그리움,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이에 대한 원망 등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은 감정은 유사한 것 같습니다.


< 소프라노 장혜영 씨와 멤버 페르난도 가르시아 씨 - 출처: 통신원 촬영 >

< 소프라노 장혜영 씨와 멤버 페르난도 가르시아 씨 - 출처: 통신원 촬영 >


멕시코에서 음악 활동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음악회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아무래도 '꼬레아띠뜰란' 결성 후 국립부왕청박물관에서의 첫 공연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번 디에고리베라벽화박물관에서의 공연도 뜻깊었습니다. 사실 제가 멕시코 벽화 운동에 관심이 많아 디에고리베라의 벽화에 대한 연구 논문을 쓰려고 했었거든요. 제가 처음 멕시코에 오자마자 방문했던 곳이 이 벽화 박물관이었는데 해당 벽화 앞에서 노래할 수 있어서 감격스러웠습니다. 기억에 남는 또 다른 장소는 차풀테펙숲입니다. 연습할 장소가 없을 때면 차풀테펙숲에 가서 노래 연습을 했었거든요. 푸른 나무들에 둘러싸인 채로요. 그 숲에서 멋진 무대를 꿈꾸며 목소리를 단련시켰기 때문에 항상 애착이 가는 장소입니다.

앞으로 어떤 음악가로 남고 싶은지, 어떤 '꼬레아띠뜰란'이 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매 공연마다 최선을 다하는 연주자로 남고 싶습니다. 사실 공연 횟수가 늘어나면서 "대충 해도 되지 않나?"라는 분위기가 생기기도 해요. 특히 멕시코는 관중들의 반응이 딱딱하지 않고 호응을 잘 해주는 편이라 "실수 좀 하면 어때?"하는 식으로 나태해지기 쉬운 편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자세만큼은 지양하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꼬레아띠뜰란'이 되자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음악이라고 하면 전통 음악이나 케이팝만 떠올리기 쉬운데요. 저희는 최근의 정서를 잘 반영한 창작가곡과 민중가요 중에서도 한국 현대사의 한순간을 서정적으로 반영한 곡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멤버 페르난도 가르시아가 살사 리듬과 '음악에는 국경이 없다'는 주제의 가사로 강원도 아리랑을 편곡해 한국문화원의 아리랑 콩쿠르에서 입상했는데 그 곡을 좀 더 다듬어 정식으로 레코딩하고자 합니다. '음악에는 국경이 없다'는 저희 팀의 창단 정신이기도 합니다.

디에고리베라의 <알라메다 공원의 일요일 오후의 꿈> 벽화 속 역사적 인물들도 멕시코와 한국의 음악을 함께 감상하며 감동한 공연이 아니었을까? 문득 문화교류는 소통의 노력을 통해 함께 감동하는 과정에서 더 아름다워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조성빈

성명 : 조성빈[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멕시코/멕시코시티 통신원]
약력 : 전) 재 멕시코 한글학교 교사 현) 한글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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