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저주 토끼』 정보라 작가와의 북토크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04.06

주스페인문화원이 '외로움과 고독, 복수의 결말은?'라는 주제로 참여형 북토크를 개최했다. 지난 일요일 마드리드 세르반테스 이 콤파니아 서점에서 『저주 토끼』의 저자 정보라가 스페인 독자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저주 토끼』는 2022년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분 최종 후보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아쉽게도 수상은 불발됐지만 최종 후보에 오른 자체로도 한국의 장르 문학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것에 한 몫했다. 특히 추리, 무협, 판타지, SF 등 장르 문학 기반이 약한 한국에서도 많은 독자들에게 주목받으며 장르 문학이 대중의 단순한 흥미와 기호만을 중시하는 오락 위주가 아님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가 개최된 장소인 마드리드 세르반테스 이 콤파니아 서점은 높은 천장과 미로 같은 지하실 동굴이 있는 1982년 지어진 궁전 건물에 위치해 있다. 해당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장소가 아니라 고전 서적 발표, 뮤지컬, 시 낭송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동네의 문화 중심지이기도 하다.


< 마드리드 시내 세르반테스 이 콤파니아 서점에서 열린 '저주토끼' 정보라 작가의 북토크 - 출처: 통신원 촬영 >

< 마드리드 시내 세르반테스 이 콤파니아 서점에서 열린 '저주토끼' 정보라 작가의 북토크 - 출처: 통신원 촬영 >


책들 사이 마련된 객석에서 한국문화원을 통해 참여를 사전 신청한 70여 명의 독자들이 작가를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최근 스페인 출판 시장에 다양한 한국 작품들이 스페인어로 번역돼 출간되면서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 인기를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정보라 작가가 수줍게 등장하자 독자들을 큰 박수로 그녀를 환영했다. 북토크는 스페인 번역가 루이스의 사회로 스페인어가 아닌 영어로 진행됐다. 스페인 독자들이 대부분인 행사에서 영어로 진행된 것은 아쉬웠지만 정보라 작가가 통역을 거치지 않고 직접 영어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판타지 소설을 왜 쓰기 시작했는지?"라는 질문에 정보라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전설의 고향>과 같은 TV 프로그램을 좋아했다."고 답하며 "현실은 때론 더 호러스럽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최근 성장하기 시작한 한국의 판타지 문학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내용을 경청하는 독자들이 모습이 인상 깊었다. 정보라 작가는 판타지 문학의 다른 한국 작가들을 언급하면서 "순수 문학에 비해 인정받지 못한 판타지 문학계에도 훌륭한 한국 작가들이 있으며 양지의 성장을 지속해왔다."고 상기시켰다. 또한 "그동안 장르 문학계 작가들은 대부분 남자였으나 최근 김보영, 김초엽, 정소연 등 여성 작가들의 활동으로 변화가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 북토크 행사 후 열린 작가 사인회에서 사인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선 스페인 독자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 북토크 행사 후 열린 작가 사인회에서 사인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선 스페인 독자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요소를 활용해 자본주의의 불공정성, 가부장제의 폭력성, 기계 문명의 비인간성 등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작품은 독자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거리를 던졌다. 북토크에서는 자본주의, 젠더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고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북토크에 참가한 한 여성 독자는 "작가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진취적이고 용감한 여성들이 인상 깊었다."며 "케이팝이나 한국 드라마, 영화가 아닌 한국 문학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최근 스페인에서 다양한 한국 소설이 출간돼 반갑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지칭한 한 독자는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좋게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며 "작가처럼 자신의 길을 가며 불공정하고 불편한 것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페니미즘이라고 생각해 인상 깊은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더 많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보고 싶다."는 소망을 덧붙이기도 했다.

한국 문학을 사랑하고 아끼는 스페인 독자들에게 4월 28일까지 이어지는 한국문화원의 K-문학 축제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축제 기간 중 세르반테스 이콤파니아 서점은 한국 문학 코너를 신설해 다양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문학에 대한 현지인들의 접근성이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정누리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약력 : 현)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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