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특별한 한식 체험 - 직접 요리해 러시아 노인들에게 대접해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6.06.21

요리 앞치마를 둘렀다. 머릿수건도 썼다. 예쁜 청홍색이다. 4팀으로 나눴다. 오늘의 한식 메뉴는 김밥과 잡채, 불고기, 계란말이. 흔하지만 대중적인 한국 음식이다. 특별한 조리법은 없다. 현지에서 조달하기 어려운 참기름 등 재료를 대체하는 방식의 현지식 팁을 가르쳐준다. 현지인들에게 유용한 정보다. 손이 제일 많이 가는 김밥 만들기 팀은 7명, 불고기와 잡채, 계란말이 팀은 각각 5~6명으로 배분했다.


지난 5월 25일 모스크바 세종학당(원광학교)에서 열린 한식 체험 행사에 총 23명이 참석했다. 신청자 수는 100여 명을 웃돌았다.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한식 체험은 학생들에게 단연 인기가 높다. 주최 측에서 참가자들을 공평하게 선발했다. 이미 참가했던 학생들은 제외하고 첫 참가자들에 기회를 줬다. 한식 체험 행사는 이미 식상하다. 한류 행사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한식 체험은 특별했다. 요리한 음식을 모스크바 세종학당(원광학교) 주변에 거주하는 러시아 할아버지, 할머니를 초대해 대접했기 때문이다.


본 통신원은 한식 체험 행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옆에서 꼼꼼히 살펴봤다. 세종학당 한국어 선생님이 요리 강사로 나섰다. 학생들이 진지하게 설명을 경청하며 따라 한다. 참가학생들은 이제 막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래서 팀별로 한국어를 제법 잘하는 학생들을 배치했다.

모스크바 세종학당(원광학교)에서 한식 체험 행사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이날 요리한 음식들을 모스크바 노인분들에게 대접했다.

 

<모스크바 세종학당(원광학교)에서 한식 체험 행사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이날 요리한 음식들을 모스크바 노인분들에게 대접했다.>


김밥에 넣을 오이와 당근, 햄부터 썬다. 이후 프라이팬에 볶는다. 달걀을 팬 전체에 펴 바르며 얇게 부친다. 김밥 재료 준비가 한창일 때 다른 팀들도 불고기, 잡채, 계란말이 기초재료 손질이 한창이다. 재료 준비는 어렵지 않다. 알맞게 썰고, 기름에 볶으면 된다. 계란말이 재료 준비를 하던 학생들이 강사에게 질문한다. “계란에 물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러시아의 블린(러시아 빈대떡)이 계란말이와 만드는 방식이 비슷하지만 자칫 실수할까봐 조심스럽다. 다른 팀에 있던 강사가 다가와 계란과 물의 비율을 눈대중으로 비교하며 보여준다.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린다. 불고기 팀 요리 속도가 가장 빠르다. 불고기는 만국의 인기음식이다. 요리법과 불의 강도, 들어가는 재료와 소스가 조금 다를 뿐 러시아에도 비슷한 음식이 있다. 그래서 세종학당 학생들이 자기 방식대로 집에서 만들어 먹었던 경험을 되살린다. 강당은 지글지글 고소한 기름 냄새로 담뿍하다. 필기구 대신 채칼과 매셔, 젓가락 등 조리 도구를 들었을 뿐 한국어 수업에 임하듯 열심이다.


김밥용 밥을 만들 차례다. “그릇에 밥을 넣고요. 소금은 이 정도, 참기름은 이 정도 넣으세요. 밥이 뜨거우면 안 돼요. 밥은 식혀야 합니다. 참기름이 없어도 괜찮아요. 올리브 기름을 넣으셔도 돼요.”


러시아인들은 요리할 때 깨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낯선 향신료다. 100% 우리식 재료로 음식을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약간 변형을 가한다. “단무지는 이렇게 체에 밭쳐 물기를 다 빼야 해요. 안 그러면 김밥이 전부 노란색이 된답니다. 단무지 대신 오이피클을 넣어도 돼요. 여기 참치도 마찬가지에요. 체로 기름기를 빼고 마요네즈와 설탕을 이만큼 넣고 섞으세요. 아, 시금치도 러시아에 없죠? 색깔이 비슷한 채소를 넣으셔도 됩니다.” 색은 입맛을 돋게 한다. 김밥에서 왜 단무지와 당근, 달걀, 시금치처럼 서로 다른 색깔의 재료가 들어가는지 설명한다. 김 위에 밥을 골고루 편다. 참치를 올린 후 단무지와 계란, 당근 채를 얹고 김밥 발을 둥글게 만다. “이렇게 엄지손가락은 뒤로 가게하고 네 손가락으로 둥글게 잡으세요. 그리고 이렇게 오른손으로 돌리세요.”


집에서 혼자 할 때는 잘 안됐는데 잘 말리는 게 신기한 듯 키득댄다. 옆에선 계란말이가 한창이다. 블린(러시아의 얇은 팬케이크 종류)을 해 먹던 실력이 나온다.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팬 전체에 스며들도록 펴 바른다. 노릇해질 때 알맞은 크기로 두루마리 화장지를 접든 천천히 접는다. 혹여 계란이 팬에 눌어붙어 잘못 접힐까 노심초사다. “계란말이는 불 조절이 중요해요. 너무 센 불로 부치면 다 타거든요”


학생들은 불 조절을 어려워했다. 이날 버너를 사용했는데 보통 러시아 사람들은 전기 버너나 오븐으로 요리를 한다. 불을 줄이려다 꺼트리고 켜기를 여러 번 반복한다.


잡채 만들기는 꽤 어렵다는 눈치다. 참기름과 간장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힌다. 설명을 이해 못했는지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러시아어로 된 잡채 요리법을 차근차근 읽어본다. 한국 참기름은 가격이 비싸서 중국인 식재료를 파는 곳에서 공수해온 중국식 참기름을 사용했는데 국산 참기름 특유의 진하고 고소한 냄새가 덜 나서인지 선생님은 “잡채는 반들반들 윤기가 나야 한다”면서 기름을 듬뿍 둘렀다. 1시간 30분쯤 지났을까? 대부분 요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을 때쯤 학생들은 자신들이 만든 음식을 서로 나눠주며 입맛을 봤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사진이나 드라마를 통해 봐왔던 한국 음식을 직접 만들었다는 뿌듯함이 앞선다.


모스크바 세종학당(원광학교)은 매년 5월이면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모스크바 어르신들에게 점심을 대접해왔다. 올해의 경우는 특별했다. 한국어 학습자들이 만든 음식을 노인들에게 접대하면서 한식을 통해 러시아 세대 간의 사랑과 교감의 장을 연 것.


이날 한식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나탈리아 시니나 씨는 “선생님으로 일했던 할머니는 매년 자신이 몸담았던 학교에서 개최하는 초청행사에 나를 데리고 갔었다. 그곳에서도 음식을 대접하고 축하 공연이 열렸는데 오늘은 반대로 내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위해 한국 음식을 만들어 드려 행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최승현 러시아/모스크바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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