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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번엔 베를린... 지속적인 철거 위협받는 소녀상
구분
사회
출처
KOFICE
작성일
2024.06.26

[인터뷰] 이번엔 베를린... 지속적인 철거 위협받는 소녀상


"베를린은 18개의 파트너 도시가 있는데, 도쿄는 우리에게 특히 중요하다." 독일 타게스슈피겔(Tagesspiegel) 보도에 따르면 베를린 시장 카이 베그너(Kai Wegner)는 이렇게 발언했다. 베그너 시장은 베를린과 도쿄의 협력 가능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소녀상 관련 사항에 대해서도 발언했다.


"한쪽 편을 드는 묘사가 더 이상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 베그너 시장이 베를린 미테구 공공부지에 건립된 평화의 소녀상을 "한쪽 편을 드는 묘사"라고 언급하며 철거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베를린시에 따르면 베그너 시장은 관할 구청, 연방정부를 비롯한 관련 당사자와 대화 중이며 독일 주재 일본 대사가 논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소녀상을 건립한 재독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와는 대화하지 않고 있다.


비슷한 일이 2023년 독일 헤센주 도시 카셀에서도 일어났다. 카셀대 내 총학생회 주도로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했으나 건립 1주년이 되기 전에 강제 철거된 것이다. 이 소녀상은 카셀대 총학생회 주도로 캠퍼스 내 총학생회가 관리하는 공공부지에 공식 허가를 얻어 설치됐으나 결국 강제 철거된 것이다. 대학 본부는 "소녀상이 겨울학기까지 전시되는 것이 합의된 사항"이라는 취지의 공지문을 카셀대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홍소현 씨는 2003년부터 21년간 독일에 거주했다. 당시 카셀대 소녀상 강제 철거 사건과 관련해 당시 캠퍼스 내 '소녀상 지킴이 수요 모임'에 참석했다. 홍 씨는 소녀상이 독일에서 어떤 압력을 받고 있는지 장기간 지켜봐 왔다. 이번 베그너 시장의 발언과 향후 소녀상의 입지에 대해 대화를 나눠봤다.


< 베그너 시장의 발언 관련 독일 언론 타게스슈피겔(Tagesspiegel)의 보도 - 출처: 'TAGESSPIEGEL' >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카셀에 거주하고 있는 홍소현입니다. '이니셔티브세이브누진(InitiativeSaveNujin)'이라는 단체에 카셀시민으로서 참여하고 있습니다.


베그너 시장의 발언, 어떻게 보시나요?

한쪽에 치우친 발언이 아닌가 그 얘기를 먼저 드리고 싶어요. 소녀상이 한쪽에 치우친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건데 이 발언 자체가 일본에 치우쳐져 있다고 생각하는 거고요. 소녀상은 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다든가 그런 예술 작품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전하는 작품이잖아요. 그 역사는 판결로도 입증돼 8월 14일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로 지정된 상황이고요. 일본을 비난하자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역사적인 사실을 모든 사람에게 알리고 그 사실을 바탕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인데요. 이걸 알았다면 그런 발언을 절대 못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독일 내 소녀상에 대한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이런 일이 왜 일어나는 걸까요?

카셀대에 소녀상이 설치될 당시에도 아스타(AStA, 학생자치단체)가 전반적인 상황을 전해줬습니다. 당시 카셀대 총장단에서 소녀상이 설치된 이후 바로 일본으로부터 압박이 들어와서 힘들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증명은 할 수 없었죠. 전언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사건은 노골적입니다. 베를린 시장에 도쿄에 방문한 뒤 협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소녀상에 대해 언급합니다. 베그너 시장은 "한 쪽으로 치우친 표현(einseitige Darstellung)"이라 언급했는데 어느 독일 시민도 이것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주장한 분이 없거든요. 일본만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데 베그너 시장이 그 주장을 지지한 걸 보면 일본의 압력이 이유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이번 사건이 소문으로만 듣던 일이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이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오히려 의혹이 확인이 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보시는 건데요.

저희 입장에서는 그렇습니다. 이번 사건이 일본 정부가 소녀상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 사건에 대해 한인 사회의 반응은 어떤가요?

답답하죠. 그런데 현재 카셀에 있는 한인 분들은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저희랑 직접적으로 활동을 함께 하시는 분들은 다 상황을 알고 분노를 하시지만, 관심을 끊고 계신 분들은 잘 모르시는 것 같고요. 소녀상이 온 것을 외교적 차원에서 탐탁지 않아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카셀대 '소녀상 지킴이 수요 모임' 현장에는 독일 학생들도 있었는데요. 이번 사건에 대해 그분들의 반응은 어떤지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분들도 저희랑 마찬가지로 "어떻게 베그너 시장이 그렇게 노골적으로 얘기를 할 수 있을까"하며 굉장히 놀라워하죠.


21년간 독일에 거주하시면서 소녀상 사례 말고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은 사례를 보셨는지요?

독일 카셀에는 도큐멘타(현대 미술 전시회)가 있잖아요. 이 전시회가 끝나고 나면 시민들이 많이 좋아하거나 시에 어울리는 작품들을 선정해 카셀시에 영구 설치합니다. 2017년 당시 예술가 올루 오과이브의 콘크리트 오벨리스크가 쾨닉스플라츠(Königsplatz)에 설치됐습니다. 그 오벨리스크에는 "나그네로 있을 때에 영접했고(마태복음 25장 35절의 마지막 구절)"라는 문장이 영어, 독일어, 아랍어, 튀르키예어로 쓰여있었죠. 그런데 이것을 난민 수용 찬성 입장으로 해석한 우익단체의 반대가 있었습니다. 카셀시는 공론화 과정을 생략하고 10월 3일 독일 통일의 날에 오벨리스크를 철거했습니다. 이후 시민들의 서명 운동 등으로 원래 있던 장소는 아니지만 오벨리스크는 결국 돌아왔습니다.


독일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군요. 앞으로 소녀상 관련해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계시나요?

저희 '이니셔티브세이브누진'에서 5월 29일부터 6월 14일까지 카셀 미미크리(mimikri) 갤러리에서 소녀상에 대한 미술 전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소녀상을 돌려달라는 내용의 연서명을 카셀대 총장단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 카셀 미미크리(mimikri) 갤러리의 소녀상 미술 전시 포스터 - 출처: 홍소현 씨 제공 >


독일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 이 상황은 독일에서 역사적 논의를 이어가려는 한인 사회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특정 집단이 작품이 편향됐다고 비난하고 공론화 과정 없이 이 주장을 행정 당국이 받아들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2017년의 오벨리스크, 2023년의 카셀대 소녀상이 그렇게 철거됐다. 이제는 베를린이다. 독일 보훔 루트대학교에서 유럽문화와 경제를 전공하고 있는 일본 국적 유학생 시호 스기모토(28) 씨는 "독일과 다르게 일본에서는 식민지 역사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다."며 "독일 내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소녀상이 무엇인지 모를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교육"이라고 말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홍소현 씨 제공


- 《TAGESSPIEGEL》 (2024. 5. 16). „Tokio ist uns besonders wichtig“: Berlins Regierender lobt japanische Städtepartnerschaft, https://www.tagesspiegel.de/berlin/tokio-ist-uns-besonders-wichtig-berlins-regierender-lobt-japanische-stadtepartnerschaft-11670941.html


- 《Uni Kassel》 “stellungnahme-zur-von-studierenden-aufgestellten-trostfrauen-statue-stand” https://www.uni-kassel.de/uni/en/aktuelles/aus-der-hochschule/stellungnahmen-der-hochschule/stellungnahme-zur-von-studierenden-aufgestellten-trostfrauen-statue-stand-9/2022


- 《Kassel documenta Stadt》 The Strangers and Refugees Monument, https://www.kassel.de/buerger/kunst_und_kultur/obelisk.php




성명 : 최경헌[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프랑크푸르트 통신원]

약력 : 주프랑크푸르트 대한민국 총영사관 현장실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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