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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고정관념 파괴 뷰티 브랜드, '김치 칙 뷰티(Kimchi Chic Beauty)'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4.05.20

[문화정책/이슈] 고정관념 파괴 뷰티 브랜드, '김치 칙 뷰티(Kimchi Chic Beauty)'


한인타운에서 가까운 라치몬트 빌리지에는 아기자기한 레스토랑, 카페, 베이커리, 부티크들이 즐비해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다. 지난주 라치몬트 빌리지에 갔던 통신원은 주차장에서 희한한 자동차를 발견했다. 요즘은 더 이상 출시되지 않는 폭스바겐 비틀(Beetle) 컨버터블 분홍색을 칠한 차체에 진한 메이크업을 한 금발 여성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 여성 아래에는 '김치 미인'을 뜻하는 '김치 칙 뷰티(Kimchi Chic Beauty)'라는 문구가 쓰여있었고 자동차의 뒷면인 번호판에도 '김치 칙 뷰티'가 적혀 있었다.


'김치 칙 뷰티'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것을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자동차를 그렇게 꾸민 것이 틀림없었다. 금발 여성의 모습과 김치가 뭔가 어울리지 않아 도대체 누가 이렇게 자동차를 꾸며 가지고 다니는지 기다렸지만 거의 한 시간이 지나도 자동차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통신원은 인터넷으로 '김치 칙 뷰티'가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 라치몬트 빌리지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김치 칙 뷰티'의 홍보 차량 - 출처: 통신원 촬영 >


찾아보니 '김치 칙 뷰티(kimchichicbeauty.com)'는 미국 전역에 지점을 두고 있는 메이크업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스토어였다. 편의점에도 입점해 있으며 한인타운의 화장품 소매점인 팰리스 뷰티(Palace Beauty)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통신원은 모르고 있었지만 '김치 칙 뷰티'는 이미 2019년에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였던 것이다. 2023년에는 미국의 백화점 체인인 제이씨페니(JCPenny)와도 계약을 맺었으니 K-뷰티 최대의 대박 행렬에 들어갔다 해도 될 만한 쾌거다.


'김치 칙 뷰티'의 창업자는 김치(Kim Chi, 본명 신상영)다. 자동차에 그려져 있던 얼굴이 바로 김치였다. 1987년생인 김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드래그 퀸(Drag Queen)으로 한국의 문화적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미학에 있어서는 논바이너리(non-binary)라는 특성이 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드래그 퀸이란 '엔터테인먼트를 목적으로 여성 성별 기호와 성 역할을 모방하고 종종 과장하는 드래그 의상과 화장을 하는 사람'이다. 그가 처음으로 여성의 옷을 입고 화장을 했던 것은 25세가 되던 해의 핼러윈데이였다고 한다. 그는 단박에 이 특별한 경험과 사랑에 빠졌고 그날 우연찮게도 엔터테인먼트 쇼에 캐스팅돼 드래그 퀸으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 김치는 <루폴의 드랙 레이스(RuPaul’s Drag Race)> 시즌 8에 출연해 최종 3위를 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루폴의 드랙 레이스> 출연뿐만 아니라 미국 지상파 방송에도 한국계 미국인으로는 최초로 출연한 드래그 퀸이다.


그는 미용과 피부 관리가 왜 여성들의 전유물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항상 의문을 품었었다. 여러 시대에 걸쳐 남성들 역시 대담한 방법으로 자신들을 표현해 왔는데, 왜 화장품은 여성들만을 위해 판매되고 있는 것인지는 그의 인생 화두였다. 그는 뷰티 브랜드 소유자가 여성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은 물론 뷰티 브랜드의 성취에 있어서도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김치 칙 뷰티' 홍보 차량의 번호판 - 출처: 통신원 촬영 >


브랜드를 론칭하던 시절, 김치가 직접 출연한 유튜브 동영상을 보니 자신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며 '김치 칙 뷰티' 제품으로 메이크업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의 평범하던 얼굴은 나름대로의 자신감 넘치는 강렬한 이미지로 바뀐다. 다른 네티즌들의 제품 리뷰 동영상을 보니 여성들은 물론이요, 남성과, 퀴어(Queer) 모두가 사랑하는 브랜드임을 알 수 있었다. '김치 칙 뷰티' 제품은 분홍색을 기저로 매우 귀엽고 스타일 있는 디자인을 자랑한다. 오프라인 매장도 대형 소매점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더 많은 매출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며 특히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해 소비자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한국인 남성 김치는 드래그 퀸과 메이크업에서 자신의 열정을 발견했고 자신의 예술, 패션, 사진에 대한 사랑과 지식을 하나의 그릇에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 '김치 칙 뷰티'라는 컨테이너를 만든 것이다. 그는 우리의 얼굴이 예술을 창조하는 캔버스라고 생각하고 있다. 은은하든, 요란하든, 메이크업이 우리의 자존감을 높여준다는 그의 철학은 많은 팔로워수로 이어졌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남성들의 메이크업 제품에 시선을 집중했던 적이 있고 이에 따라 샤넬 등 고급 화장품 브랜드에서 남성용 화장품을 개발했던 적이 있다. '김치 칙 뷰티'는 처음부터 남녀를 가리지 않고 그 누구라도 고객으로 맞을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갖추고 있었기에 후발 업체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시킨 김치의 이야기는 세계적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K-뷰티의 미래를 제시하는 또 하나의 비전이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유튜브 계정(@KimChiChicBeauty), https://www.youtube.com/watch?app=desktop&v=G24SPbNJ1VI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4시엔 스텔라입니다.' 진행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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